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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홍 Jan 03. 2022

느린 걸음



보폭이 좁은 사람이라

헛딛은 바닥이 많아요

삶에 각질은 쌓여가니

자꾸 사라져요 표정이

어두워도 불은 끌까요

새벽은 잠들지 않아서

목은 계속 말라가는데

두손 힘 주어 잡아버린

손깍지는 또 축축해요

기억이 모자란 사람은

건네고 수습하지 못한

상처가 너무 많습니다

걸음마다 바닥에 흘린

작은 죽음들로 우리는

어둔 방구석에서 몰래

그리고 함께 울었어요

길가엔 사람이 많고요

나는 편해지지 못해서

구석에 자꾸 웅크려요

길을 잃은 게 아니에요

지도 없어도 괜찮으니

자꾸 괜찮대요 머리는

불행하면 전화해 줘요

훗날 우리 스치게 되면

그땐 힘껏 투명할래요

팽팽히 안고 울어내요

눈물을 닦아낸 손으로

손깍지를 끼고 웃어요

우리를 막는 두려움은

길가에 유실될 거예요

보폭을 맞춰 걸어가요

울음을 섞어 웃어내요

언젠가 당신이 온다면

걸음마다 같이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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