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PD
뒤척이며 잠 못 이루는 밤, 오랜만에 정혜윤 PD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글과 같이 한마디도 흘려들을 말이 없었기에 잠은 오히려 저 멀리로 달아나고 말았다.
세상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을 벼리고 있으면서도 따스하게 손 내밀어 함께 가자고 하는 처절하게 집요 하나 한없이 따스한 이 작가를 읽을 때마다, 나는 지쳐가던 사람 간의 관계가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다시금 좋아지곤 한다.
놀라운 것이 참 많은 사람.
놀랍도록 글을 잘 쓰고
놀랍도록 많이 읽고
또 놀랍도록 일관성 있으며
자신에게도 놀랍도록 같은 정의를 들이미는 사람
'지금 제 삶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당당하나 겸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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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의 인터뷰)
오은: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해보고 싶은 직업이 있으세요?
정혜윤: 아주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말할게요. 저는 지금 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책을 썼고, 이렇게밖에 쓸 수 없어서 이렇게 썼고, 저는 저답게 선택을 하고 있고요. 지금에 충실해요. 사실 직업 이야기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예요. 최근 인상 깊게 읽은 문장이 ‘옛날 사람은 일거리 창출이라는 말에 모욕을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었는데요. 무척 동의하고요. 이것이 내 일이다, 꼭 이 일을 내가 해야만 한다, 바로 그 일을 아주 잘 해내야 한다는 감수성을 제가 갖고 있기 때문에요. 겸손하게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되게 조심스럽게 하는 말이에요.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과연 그런가’ 하고 떨었어요. 짧은 시간에 저를 돌아보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대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