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내 몸을 읽고 쓰는 힘 몸해력’
작년 말 퇴사하며
애정을 쏟았던 플라잉요가를 관두고
동네의 오래된 아쉬탕가 요가원에 발을 들였다.
4월 어느 날 무기력함을 이기고자 요가에 마음을 조금 더 쏟아보자 다짐했고,
그날을 1일로 새벽수련 100일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
100일 쯤 되면 자신있게 "난 아침에 요가하는 사람이야"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100일을 넘기면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100일을 채우는 과정은 대체로 즐거웠다.
고요한 새벽에 요가원에 가는 길,
요가하며 뻘뻘 흘린 땀이 주는 상쾌함과 보람,
수련 끝의 사바아사나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해방감,
늘 같은 시간에 함께 수련하는 분들한테 느껴지는 내적 친밀감,
요가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올라오는 에너지.
90일 즈음이 가장 기뻤던 것 같다.
목표는 닿을듯 말듯 눈 앞에 있을 때 가장 짜릿한 법.
역시 나야. 해냈구나, 멋있다. 기특하다.
그런데 막상 100일을 넘기니 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요가가 살짝 지루해지기도 한다.
그 때 읽게 된 선물 같은 책 (실제로 선물받은 책이다)
책을 읽으며 지난 100일 여 간의 수련과정이 스쳐 지나가고,
내가 진짜 요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깨달아지고,
앞으로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수련에 임해야 할지 감이 조금은 잡히는 것 같다.
내가 요가를 좋아하고 계속 할 수 있었던 건
매일의 수련이 내 삶을 지탱해주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설사 그 시간에 계속해서 잡념이 찾아왔다 해도,
매일을 살아갈 힘을, 그리고 가르침을 주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요가에 조금 더 진심을 써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여러 동작(아사나)과 움직임 자체에 집중했다면
요가수련이 추구하는 본래 목적을 이해하고 그 목적에 맞게 수련에 노력해보고 싶다.
"요가수련은 결국 몸 감각과 호흡에 주의 기울이기" 인 만큼,
있는 그대로의 나의 감각과 호흡, 그리고 감정을 들여다보고 인정해주는 연습을 해보고 싶고,
그래서 감각이 정화된다는 요기들만의 특권을 조금 더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
이 과정이 쌓이고 또 쌓이면
내 몸을 읽고 쓰는 힘, 몸해력 내공이 탄탄해지겠지!
요가는 분명 매력적이다.
요가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어릴 때 알게되어 다행이다.
내일 오랜만의 새벽 수련이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