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전통의 남부 잉글랜드로 떠나는 가족여행 #3
영국인들도 농담 삼아 잉글랜드는 런던과 그 외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 구분은 풍경의 구분이 아니라 그만큼 환경과 사람들이 다르다는 의미. 런던은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 절반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 도시지만, 잉글랜드의 시골로 가면 딴판이다. 그곳은 자존심 세고 콧대가 높지만 예의 바른 앵글로 색슨계 원주민들이 다수를 이룬다.
잉글랜드 시골 풍경의 아름다움은 월드(Wold)라는 지리적 특징이 이야기해 준다.
코츠월드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누구나 '세계'라는 의미의 월드(World)를 떠올리겠지만 잉글랜드에서 월드(Wold)란 낮은 구릉과 높은 언덕, 넓은 계곡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지형을 의미한다. 이런 모양의 땅은 주로 백악기에 쌓인 석회암과 사암층이 빙하기 말에 빙하에 깎여 나가면서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잉글랜드 동부 지방에도 요크셔 월드(Yorkshire Wold)나 링컨셔 월드(Lincolnshire Wold) 등 코츠월드와 유사한 형태의 구릉 지대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BBC 어린이 프로그램 '텔레토비'의 배경으로 나오는 텔레토비 동산의 지형이 바로 월드라고 볼 수 있다.
월드가 주는 느리고 편안한 아름다움은 제주도의 오름을 떠올리게 한다. 월드는 풍경이 아름답고 걷기 좋아 우리나라의 '둘레길'같은 트레일이 많이 놓여 있는데, 그중 코츠월드 웨이는 우리나라 제주 올레길과 2010년에 이미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한다.
영국은 잉글랜드, 웨일스와 북아일랜드에 국립공원만큼 방대하지는 않지만 자연환경이 특별히 아름다운 지역을 AONB(Area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스코틀랜드는 다른 이름의 보호 구역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탁월한 자연미의 보호 지역' 쯤 된다. 1966년에 AONB로 지정된 코츠월드는 30개가 넘는 잉글랜드의 AONB 중 가장 큰 넓이를 자랑한다.
이 지역은 쥐라기 시기의 석회암을 기반으로 그 위에 넓은 목초지가 형성되었고,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이 거주지를 이룬 곳으로 영국 내에서도 특이한 곳이다. 코츠월드는 글로스터셔(Gloucestershire)를 중심으로 5개에 이르는 행정 지역을 포함하며 전체 면적은 2천 제곱 킬로미터에 이른다.
코츠(Cots)라는 말은 고대 이 지역의 원주민인 켈트족이 숭배했던 여신 Cuda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월드와 합쳐 전체를 직역하면 '쿠다의 높고 넓은 땅'이라고 해석된다.
참고로 잉글랜드는 앵글로 족의 땅이라는 뜻으로, 로마시대 이후 들어와 자리를 잡은 앵글로와 색슨 족은 원래 바이킹의 사촌쯤 되는 거친 북방 민족이다. 그들은 로마 제국이 물러난 후 브리튼 섬으로 들어와 원주민이었던 켈트족을 웨일스나 스코틀랜드의 거친 땅으로 밀어내고 비옥한 잉글랜드를 차지했다.
코츠월드에는 100여 개에 이르는 작고 오래된 마을들이 있는데, 거의 모든 마을의 건물들이 이 지역에서 출토된 석재로 지어진 특징이 있다. 이 석회암을 코츠월드 스톤(Cotswold stone)이라고 부르는데, 이 암석에는 과거 바닷속 성게 화석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황금빛이 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이 색깔을 Honey colour 즉, 벌꿀색이라고 부른다.
'코츠월드 스톤'으로 지어진 집 또는 그 돌 자체는 지금도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중세 시대에 코츠월드는 양모(羊毛) 산업으로 번영했다.(지금도 잉글랜드의 구릉 지대를 다니면 양 떼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다.) 양모를 가공하는 방직산업이 유럽 대륙의 플랑드르(지금의 네덜란드나 벨기에) 저지대나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반면, 방직 기술이 없었던 잉글랜드는 원재료가 되는 양털을 대륙으로 수출하여 돈을 벌었고 그렇게 번 돈으로 석조 주택, 교회, 건물들을 많이 지었다.
오랜 양모 산업 역사 때문인지 코츠월드라는 뜻이 ‘구릉지대의 양 떼 우리(Sheep enclosure in rolling hillside)'라고도 알려져 있다.
한편, 당시 영국에서는 양모 무역으로 큰돈을 번 상인이나 귀족들이 사후에 천국에서 한 자리를 얻고자 교회 건축에 적극 후원했는데, 그런 교회를 울 처치(Wool Church)라고 부른다. 코츠월드에는 울 처치가 많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주변에 풍부하고 튼튼한 건축 재료인 돌로 지은 건물들이 세월의 때가 묻어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면서 코츠월드가 유명해졌다. 오늘날 코츠월드는 런던의 부유층이 은퇴 후 내려오는 곳으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벌꿀색의 운치 있는 마을들이 중세 시대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월드(Wold)에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사이는 트레일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정비되어 잉글랜드 시골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 코츠월드이다.
바스에서 오전을 보낸 우리는 이 날 오후 안에 코츠월드를 거쳐 옥스퍼드까지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넓고 넓은 코츠월드를 모두 돌아볼 수는 없었다. 영국의 가을 해는 생각보다 일찍 지는 데다 어두워지고 나면 이 시골에서는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서너 시간 동안 돌아볼 루트를 빨리 정해야 했다. 옥스퍼드는 시골길을 운전해서 달리기만 해도 2시간은 족히 걸릴 거리에 있었다.
바스의 벤치에서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며 나는 오후에 방문할 코츠월드 내의 마을을 2개로 추렸다. 캐슬 쿰(Castle Comb)과 바이버리(Bibury) 마을은 모두 옥스퍼드로 가는 동선 위에 있었고, 특히 바이버리는 코츠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의 하나이다.
캐슬 쿰은 바스에서 차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인구 300여 명의 작은 마을로, 바스에 여행을 왔다면 쉽게 들러볼 수 있는 코츠월드의 마을이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차선도 없는 숲 속 오솔길인데, 좁은 길 경치에 한눈이 팔려 잠시 오른쪽으로 달리는 바람에 마주 오던 차가 경적을 울려 놀라기도 했다.
길이 너무 아름다워 중간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상쾌한 숲 공기를 폐 속 깊이 들이켰다.
캐슬 쿰의 입구에는 바이 브룩(By Brook River)이라고 불리는 작은 강이 있고 그 위 다리를 지나면 비탈길을 따라 집들이 늘어선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이 곳이 캐슬 쿰의 아랫마을이고 메인 도로를 따라 더 올라가면 윗마을로 갈 수 있다. 예전에 윗마을에 성이 있어서 캐슬 쿰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방문객 주차장이 마을 안쪽에 있어 차를 세워두고는 마을 입구 쪽으로 다시 걸어 내려오면서 둘러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마을 삼거리의 작은 광장인 마켓 크로스(The Market Cross)와 그 옆 카페에서 가을 햇빛을 쬐며 점심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마켓 크로스는 이름 그대로 예전부터 장이 열렸던 곳으로, 가운데 정자처럼 보이는 건축물을 버터크로스(Buttercross)라고 부른다. 중세 시대에 그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버터와 계란 등을 팔았던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가장 중요한 로컬 푸드를 마켓의 한가운데서 팔았던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을 길을 따라 늘어선 코츠월드 스톤 하우스들이 매우 인상적인데, 지붕은 돌이라기보다는 흡사 우리나라 강원도의 너와집 지붕을 연상시킨다.
이른 오후였지만 짧은 북유럽의 가을 해가 이미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마을길은 중심가라 해도 매우 한적해서 강아지 짖는 소리만 이따금 들렸다. 카페에서 한바탕 크게 웃는 노신사의 목소리도 작은 메아리가 되어 골목길을 울렸다.
마을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조용했지만 관광객들이 띄엄띄엄 들어와서 걷고 있어서 마치 우리나라 지방의 민속마을을 돌아보는 기분이었다.
마을은 주로 2층 또는 3층 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들이 모두 꽃이나 담쟁이덩굴 등으로 아기자기하게 장식되어 있는데, 조각만 한 땅이라 해도 정원 가꾸기를 좋아하는 영국인들의 성향이 드러난다. 이들은 땅마저 마땅치 않으면 창가에 행잉 가든이라도 달아서 꽃장식을 하는 운치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다.
황금빛 석벽과 여러 가지 색의 꽃과 화초들이 잘 어울렸다.
자주색 담쟁이가 운치 있게 벽을 둘러싸고 있는 영국식 전통 찻집(Tea Room)에 들어가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한 잔 했으면 좋았겠지만 이미 아들이 길 아래쪽으로 달아나 버린 뒤였다.
여유 있는 테마 여행은 나중에 아내와 둘이 다니기로 맘먹었다.
아이들이 어느 집 앞에 멈춰 서길래 보니, 꽃과 담쟁이덩굴로 장식된 동화에 나올 법한 집 앞에 직접 구운 빵과 케이크를 빨간 식탁보가 덮인 무인 가판대에서 팔고 있었다.
'It is run on trust!'라고 씐 작은 종이 안내문이 인상적이다.
조용한 캐슬 쿰의 마을길을 석벽을 따라 걸었다. 벌꿀색 돌담을 두르고 있는 자주색 포도덩굴을 보고 있자니 이솝 우화가 떠올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참 자연스러우면서도 센스가 넘치는 조경이다.
나지막한 돌집의 나무 현관문에서는 금방이라도 우화 속의 여우나 아기 돼지가 나올 것만 같다.
어느새 우리가 들어왔던 마을 입구까지 내려왔다. 개천만 한 크기의 바이 브룩 강에는 백조가 여유롭게 떠 있었고,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 삼아 펼쳐진 마을 뒷산의 단풍이 고색창연한 마을과 잘 어우러졌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고요한 중세 시대의 서민 마을 속에 들어와 걷자니 이 곳은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멈춘 듯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캐슬 쿰은 2011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 War Horse 나 영국의 유명 드라마 다운튼 애비(Downton Abby)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로케이션으로 유명하다.
또한, 캐슬 쿰에는 마을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5성급 호텔이 있어 그 유명세를 짐작하게 해 준다.
The Manor House라고 불리는 호텔은 아랫마을의 가장 안쪽에 바이 브룩 강가에 자리 잡고 있다. 얼른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 덕분에 일정상 호텔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나이 들면 이 호젓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야겠다.
30분가량 둘러본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행선지 바이버리로 향했다.
바이버리는 코츠월드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이다.
이 마을에 있는 알링턴 로우(Arlington Row)라 불리는 집들이 코츠월드를 상징하는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에 코츠월드 스톤으로 지어져 보존되어 온 알링턴 로우는 2010년에 디자인된 영국 여권의 속지 그림으로 선정되어 더욱 유명해졌다.
한국 사람인 나야 영국 여권을 자세히 본 적이 없으니 여행을 할 때만 해도 그 사실은 몰랐다.
이 건물들은 14세기에 양모를 저장하는 창고(Wool Store)로 지어졌다가 17세기에는 직공들을 위한 집으로 개조되었다고 한다. 이 곳에 저장되었던 양모는 근처 알링턴 밀(Mill)로 보내져서 세탁 및 가공이 이루어졌다. 코츠월드를 이야기할 때 양모 교역을 빼놓을 수 없다. 중세 시대에 영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했던 것이 유럽 대륙에 대한 양모의 수출이었기 때문이다.
알링턴 로우는 영국의 중요 유적지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내셔널 트러스트(National Trust)에 의해 1등급 보호 건물로 지정되어 있으며,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미니 유럽(Mini Europe)이라는 미니어처 세계에 영국을 대표하는 6대 건축물 중의 하나로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19세기를 대표하는 영국의 예술가이자 사상가이며 시인인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는 바이버리를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손꼽았다. 이래저래 영국이 애지중지하는 보물인 셈이다.
알링턴 로우에 가 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사진 구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영국 여권 속의 그림처럼 전형적인 ‘코츠월드의 상징'과는 구도상 반대 방향에서 찍은 사진만 남았다. 아들의 뒷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한 나만의 사진이다.
이 멋진 유적지의 뷰 포인트는 알링턴 로우 길 끝의 콜른(Coln) 강 너머에 따로 있었다. 주차장에서 작은 강을 건너면 작은 오솔길이 알링턴 로우로 이어진다.
걸어가면서 대충 앵글에 담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래 사진은 내가 코츠월드 사진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다.
캐슬 쿰에서 달려와 바이버리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경이었다. 오전 시간을 바스에서 보내고, 바로 캐슬 쿰을 들러 왔으니 아이들이 배고프고 지쳐 보였다. 그러나 두어 시간가량 지나면 해가 질 테니, 마음이 급해진 나는 일단 마을로 들어가자고 아이들을 달랬다.
주차장에서 길을 따라 마을 방향으로 걷는데 이미 주위에 황금빛 코츠월드 스톤으로 지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길 옆의 찻집과 공방, 그리고 전형적인 바이버리식 건물을 몇 개 지났더니 마을 앞 삼거리에 호텔이 하나 보였다.
4성급 스완(Swan) 호텔이었다. 인구 800만의 런던에서도 4성 호텔은 자주 보이지 않는데, 이 작은 마을에 이미 400년 전부터 고급 호텔이 있던 셈이니 이게 양모 산업의 힘인가 싶다. 언젠가 다시 코츠월드를 여유 있게 돌아볼 날이 온다면 이 호텔도 리스트에 넣어두고 묵어보고 싶다.
이 호텔 레스토랑의 음식이 괜찮다는데 시간 관계상 들어가 앉기에는 애매했다.
식도락은 포기한 채, 간단한 요기를 위해 삼거리 앞에 송어 양식장에 붙어 있는 작은 카페로 들어갔다. 별다른 간판도 없었고 큰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카페 주인이 무심히 내준 재킷 포테이토 샐러드와 샌드위치가 생각보다 맛이 좋아 반했다.
강행군(?)에 지친 아이들도 생기를 되찾는 듯해서 미안했던 내 마음도 다소 편안해졌다.
캐슬 쿰보다 큰 바이버리는 크게 알링턴 로우가 있는 지역과 성모 마리아 교회가 있는 지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30 - 40분가량 돌아보기로 마음을 먹은 나는 알링턴 로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마을의 오래된 코츠월드 스톤 하우스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오후 늦은 시간이라 마을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는 가운데,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조심조심 조용히 걸었다. 하지만, 온통 빨간 담쟁이덩굴이 덮고 있는 3층 집 앞을 지날 때는 아이들마저 작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어릴 때 읽었던 영국 추리 소설의 한 배경을 보는 듯해서 감탄했다.
마을의 집들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주변이 꾸며져 있었다. 대부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현관이며 창가, 계단과 지붕 등이 각종 화초와 꽃, 나무들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정원사인가 보다. 과연, 누군가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라고 치켜세울만했다.
마을 깊숙이 걸으니 때때로 '사유지'라고 표시된 푯말이 나타나거나 진입로에 울타리 문이 굳게 닫혀있는 집들이 나타났다. 그럴 때는 사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 좀 더 멀찌감치 서서 둘러보게 된다. 비슷한 색깔의 돌로 지은 집들이 모여 있는 모습은 생각보다 더 독특해 보인다.
외부를 보고 인테리어를 상상해 보게 되는데, 겉이 수백 년 전 모습이라 해도 내부는 모던 스타일일 것이다. 마치, 런던 우리 집이 외관은 200년 전의 빅토리안 하우스라 해도 내부는 현대식 주택이듯 말이다.
마을을 거의 한 바퀴 돌았을 무렵, 눈 앞에 유독 고풍스러우면서도 잘 보존된 코츠월드 스톤 하우스가 길을 따라 줄지어 서 있었다. 이 곳이 바로 위에서 이야기했던 알링턴 로우이다.
약 40여 분간 마을을 돌아보고 나서 차를 세워둔 콜른 강가로 나왔다.
넓은 코츠월드에서 반나절 동안 둘러본 2개 마을만으로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전통과 역사를 중시하는 영국인들이 왜 코츠월드를 사랑하는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 ‘코츠월드의 베니스'로 불리는 버튼 온 더 워터(Bourton on the Water)와 같은 다른 마을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기로 했다. 코츠월드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며칠 시간을 잡고 트래킹을 하며 다녀봐야 할 것 같다.
어느새 해거름이 되어가고 있었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행선지인 옥스퍼드를 향해 시동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