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자연이 보이는 오피스는 처음이라

우붓에서 생긴 일 1화

발리 우붓에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근무를 시작하려고 테라스로 나갔다. 마침 테라스 벽면에 콘센트가 구비되어 있어서 들고 온 멀티탭을 꽂고 여행 메이트 크리스와 함께 앉아서 일을 시작했다. 충전기를 세팅하고 테라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폈는데, 노트북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평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페인트 발린 각지고 하얀 벽, 창문 너머로 보이는 강남의 도로와 차들, 전등 불빛, 고개를 대각선으로 돌리면 보이는 모니터와 선들,... 평소 오피스에 앉아 노트북을 펼치면 보이는 것들과 다르게 지금 내가 보는 풍경 속에는 선베드, 수영장 위에 떨어져 있는 풀잎들, 흔들 그네, 돌담길, 그리고 풀들이 보였다. 자연 속에서 리모트로 일하는 지금이 꿈만 같았다. 언젠가 새로운 도시를 탐험하기만 하는 여행이 아니라 일이 함께하는 여행을 해보고 싶었는데 바로 그것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비행기를 탔는데 천국에 잘못 내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

누가 차려주는 아침은 오랜만이라

숙소는 조식, 에프터눈티, 세탁, 근처 셔틀 운행까지 포함해서 1박에 약 10만 원 정도 하는 곳이었다. 보통 호텔이나 리조트에 놀러 가면 조식을 먹으려고 평소 일어나지도 않는 시간에 어기적 일어나 식사를 하러 가곤 했는데 이곳은 게으른 이들을 위해 조식이 오전 7시부터 무려 오전 11시까지 제공된다는 점이 좋았다. 게다가 방으로 주문할 수도 있었다. 크리스가 왓츠앱으로 숙소에 연락해 조식을 주문하고 일을 하다 보니 저 멀리, 어깨에 나무로 엮은 쟁반을 인 직원분께서 우리 테라스로 걸어오셨다.

온화한 미소와 함께, K-드라마를 즐겨보신다는 스몰톡과 함께, 노트북을 둘 곳이 없을 만큼 아침 한 상을 가득 차려주셨다. 신선한 과일에 오믈렛, 소시지, 나물, 버섯, 바게트가 어우러진 플레이트. 그리고 바나나 주스와 커피까지. 여행 둘째 날 처음 먹은 아침은 6종류의 아침식사 중 숙소 이름을 붙인 사포딜라 브렉퍼스트였다.

나머지 4일 간 먹어본 다양한 종류의 조식들

맛은 물론이거니와 밥을 차릴 필요도, 치울 필요도 없는 이런 영광을 누려본 게 얼마만인지! 배를 둥둥 두드리며 식사를 끝내고 나니 어느덧 한국 시간으로는 점심시간, 수영이나 해볼까? 하고 노트북을 덮었다.

점심시간 짬 내서 하는 30분 수영

발리로 떠나기 전, 평소 준비물을 미리 챙기는 스타일도 아니고 일하느라 바쁜(?) 나를 대신해서 크리스가 준비물을 많이 챙겨줬다. 그중 정말 잘 샀다 싶었던 건 바로 스노클링 세트였다. 우붓 숙소 수영장에서 미리 스노클링 장비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중에 길리 바다에서 실전 스노클링을 할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다.

물속에서 숨을 쉬고 앞을 보는 게 신기해서 수영장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하니 어느새 30분이 훌쩍. 점심시간에 짬 내서 하는 수영은 그 자체로 낭만이었다.

꿈에 그리던 리모트 근무

평소 근무 환경 (코리빙 하우스 - 집 - 오피스)

2021년도 첫 회사를 퇴사하고 UI/UX 디자이너 Hazel Song 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며 나도 언젠가 발리에서 일하는 라이프를 상상했었는데. 발리에서 겨우 첫날을 보냈지만, 강남 오피스에 출근하던 엊그제와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오후에 간단한 요기를 하려고 찾아간 근처 카페에서도 크리스와 나처럼 노트북을 하나씩 챙겨 들고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는 서양인들이 여럿 보였다. 근무 환경에 완벽한 자유를 얻는다는 것, 내겐 꽤나 의미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

이번 글에 나온 발리의 추천 스팟

Sapodilla Ubud
- 5박 6일을 머물렀던 우붓 숙소
- 조식, 청소, 에프터눈티, 세탁, 고양이, 수영장, 자연, 쾌적함 모두 갖추고 있었던  곳
- 숙소에서 차로 2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곳에 오갈 때는 셔틀을 요청할 수 있었다.
- https://maps.app.goo.gl/d315xUUY3mJzMQX46

Suka Espresso [Ubud]
- 커피, 음식, 서비스, 콘센트 구비까지 모두 좋았던 카페&레스토랑
- 실외 자리 밖에 없어서 더위를 많이 타는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아요!
- https://maps.app.goo.gl/3gwoPPyBVPnZSALs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