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붓에서 생긴 일 2화

아침 러닝 도림천, 도쿄, 발리 Let’s go

왼쪽은 서울 도림천, 오른쪽은 도쿄 어느 강가

한국에서 크리스 덕분에 입문하게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러닝이다. 크리스가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 바로 러닝이었는데 유산소를 싫어하지만 해야 될 것 같은 강박을 가지고 있었던 내게 러닝 제안은 아주 받아들일만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신도림 옆 도림천을 따라 두어 번, 도쿄에서 강을 따라 한번, 발리 우붓에서도 아침 러닝을 뛰어보게 되었다.

우리 숙소는 우붓의 랜드마크인 몽키 포레스트에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에 물만 묻히고 그대로 모자를 눌러쓰고 숙소를 나섰다.

몽키 포레스트 주차장에서 만난 원숭이

덩그러니(?)

처음엔 포레스트 주차장 쪽으로 들어섰는데 원숭이들이 아주 자유롭게 그곳을 즐기고 있었다. 아가랑 같이 나온 어른 원숭이도 보이고, 서로 이를 골라주는 원숭이들도 보였다. 사람처럼 덩그러니 앉아 쉬고 있는 원숭이도 있었다. 눈앞에 원숭이들이 누워있다니 꽤나 생경한 풍경!

아직 오픈 전이라 입구가 닫혀있길래 주차장을 나와서 몽키 포레스트 둘레를 따라 뛰었다. 샛길이 하나 나오길래 가볍게 들어섰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포레스트로 들어서는 샛길이었고... 우리도 모르게 몰래 온 손님이 되어 몽키 포레스트 안을 뛰기 시작했다.

이곳은 메이플스토리 엘리니아?!

출처: 나무위키 (엘리니아/빅뱅 이전)

처음 마주한 포레스트 내부는 진짜 메이플스토리 엘리니아가 따로 없었다. 그 맵이 실사화된다면 딱 이런 느낌일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엄-청 큰 나무들이 많이 보였고 타잔이 탈 법한 줄기가 주렁주렁 널려있었다. 거리에는 원숭이들이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가다가 바나나 껍질을 밟았는데 원숭이들이 조금 전 아침으로 바나나를 먹은 모양이었다.

이 잡아주는 원숭이들이랑 망고스틴 야무지게 먹는 원숭이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참고로 크리스는 주차장에서 만난 원숭이들과 교감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나는 포레스트 안을 걷다가 계단에 자세를 낮춰 앉았더니 한 원숭이의 관심을 받았다. 크리스가 영상을 찍어줬는데 나는 거의 울고 있었다. 몽키 포레스트에서 원숭이들의 관심을 받으려면 모자를 쓰면 된다... 안내 표지판을 보면 액세서리와 에코백 등을 소지하지 말라는 주의 문구가 적혀있는데 그만큼 원숭이들이 그것에 환장을 하는 모양이었다.

원숭이는 그대로 내 어깨 위로 올라오더니 머리 위로 올라가 모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무서워서 엉엉거리고 있는데 진짜 찰나의 순간에 내 모자를 뜯어서 벗기고 도망쳤다.

머리가 걸려있어서 다행히 빼앗기진 않았지만.. 친구 되기 대실패. 그리고 야생의 원숭이는 정말 말썽꾸러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또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자꾸 원숭이 집에 우리가 무단침입한 느낌이 들었다. 미안합니다 하고 사과하며 다녀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 포레스트 관리인이 cctv로 우리를 발견했는지, 찾아와서 여기 들어오면 안 된다고 알려주셨다. 그때 우리가 들어온 샛길이 사실은 넘으면 안 되는 곳이란 걸 알았다.

원숭이들도 보고 엘리니아 실사판도 보고 개운하게 러닝을 마친 후 집에 가니 또 아침을 주문해 볼 시간이었다. 러닝 후 먹는 아침은 진짜 꿀맛이었다. 이 날은 인도네시아 브렉퍼스트로 미고랭이랑 나시고랭을 먹었다. 신선한 과일에 오렌지 주스까지. 그리고 사포딜라 우붓 숙소의 아가 고양이 미미랑 모모와 놀며 평온한 오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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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 나온 발리의 추천 스팟

Sacred Monkey Forest Sanctuary
- 나중에 정식 방문하여 걷고 원숭이랑 놀다 보니 2시간을 머물렀던 우붓 몽키 포레스트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
-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나무 테크를 따라서 울창한 숲 속을 걸어보는 경험이 새로웠고 다양한 원숭이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게 신기했다. 원숭이가 무진장 많다.
- 주의할 점은 원숭이와 눈을 마주치거나 음식을 주면 안 된다!
- https://maps.app.goo.gl/cTAU9BRQJSV1iHTw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