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나간 바다에서 만난 거북이들

길리에서 생긴 일 1화

by 이남경

우리는 빠당바이 항구에서 배를 타고 작은 섬마을 길리로 향했다. 날씨는 꽤나 뜨거웠고 하늘에 구름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두둥실 떠다녔다.


아찔했던 바다 위 이동길

IMG_6035.heic 우리가 탈 배인가!

발리 여행 계획을 짜면서 길리로 들어가는 배편 후기를 몇 개 봤는데, 파도가 드세서 멀미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후기를 봤다. 그래서 야심 차게 한국에서 미리 준비해 간 멀미약을 섭취하고 탔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아래위로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파도를 탔다가 내려왔다가 할 때마다 배는 철썩철썩 소리를 냈다.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지 한쪽 창문 외벽으로만 물이 세차장 급으로 내리쳤다. 그 덕에(?) 그쪽 라인은 문을 열지도 못하고 답답한 공기 속에서 파도와 싸워야 했다.


어느 순간 여기저기에서 우웩 하는 소리들이 들려오고, 나는 거의 정신을 잃고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뭔가가 밖으로 쏟아져 나올 것 같았다. 속이 그나마 진정되는 최적의 자세를 찾으려 노력했다. 다행히도 내용물은 속에 잘 간직하고 마침내 길리에 도착했다!


길리의 첫인상, 마차가 다닌다고?

IMG_6045.heic 안녕 말아

길리의 첫인상은 마차와 말이 주는 특유의 저작거리 같은 느낌이 강렬했다. 아직 개발 중인 작은 섬마을 길리는 국가가 지정한 청정구역으로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래서 특이하게도 말이 끄는 마차가 주된 운송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IMG_6047.heic 가끔 길에 보이는 말 ddong을 조심해야 할 것.. 냄새는 덤이다..

말이 한발 내딛을 때마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는 마차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운전사 1명, 승객 2명, 뚱뚱한 캐리어 2개까지. 말에게는 조금 미안한 마음을 안고서.


비키니 입고 자전거 타기

우리 숙소는 해안가 보다 더 내륙으로 들어간 곳에 있어서 숙소에 짐을 풀고 자전거를 빌렸다. 길리는 마치 제주도의 우도처럼 작다고 해서 자전거를 타고 섬의 둘레를 따라 바다를 구경하고 스노클링도 해볼 생각이었다.


바다에 빠져야 되니 수영복을 입고 가야 하는데, 발리에 온 만큼 내 버킷리스트를 이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겉옷은 필요치 않다. 여기는 발리니까! 그래서 비키니만 달랑 입고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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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개발 중이라 그런지 약간 어수선한 흙빛 골목을 달리는데 곳곳에 빛바랜 초록색의 야자수와 진한 분홍색 꽃들이 눈에 띄었다. 그 사이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데 왠지 모를 해방감이 들었다.


걸어 나간 바다에서 만난 거북이들

해안가로 나가니 음식점들이 몇 개 보였다. 그중에도 지도에서 눈에 띄었던 잘리 키친이라는 한식 음식점에 들렀다. 김치볶음밥과 참치 김밥을 야무지게 먹고 두둑해진 배를 안고 식당 앞바다로 출발!


수영을 못하는 우리에게 안성맞춤 깊이의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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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걸어 나가보니 생각보다 맨발로 모래를 밟는 게 아팠다. 저 멀리 해안가에서 아쿠아 슈즈를 빌려주는 아저씨들에게 소리쳤다. 하우 머치 이즈 잇? 한화로 오천 원 정도 했던가. 빌리겠다고 소리치면서 다시 해안가로 향했다. 돈은 돌려줄 때 드리겠다고 하니 오케이~ 하셔서 아쿠아슈즈까지 신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ywPnAVJc8uadEFb4shNM_6UJ0HQ.jpg 길리 앞바다는 참으로 투명하고 푸르렀다.

굳이 바닷속에 들어가서 보지 않아도 바다 밖에서 바닷속이 60% 이상은 보였다. 맑은 바닷속을 쳐다보며, 고개를 숙여 스노클링을 해볼 수 있을 정도의 깊이에 도착할 때까지 걸었다. 엉덩이가 반쯤 잠길 정도가 되었을 때 고개를 숙여 바닷속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거북이 영상 미리 보기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간 친구가 거북이를 발견했다며 소리를 쳤다. 어디 어디? 그곳으로 가서 바닷속으로 고개를 넣어보니 바위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거북이 두 마리가 보였다. 이렇게 얕은 바다에서 거북이를 보다니! 그 주변을 탐색하다 보니 또 다른 거북이가 보였다.


헤엄치는 거북이를 따라 한참을 같이 떠다녔다. 길리에 오기 전, 우붓 숙소 수영장에서 스노클링 장비를 끼고 숨 쉬는 연습했던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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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수영이 끝나고 먹는 100% 망고 쥬스

거북이를 세 마리나 보고 다시 식당 테라스로 돌아와서 망고 주스를 시켰다. 바다에서 한바탕 놀고 나서 먹는 생망고주스는 정말 끝내주는 맛! 그리고 옆에 앉은 한국인 두 커플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거북이를 한 마리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Screenshot 2025-09-21 at 6.20.00 PM.png 스노클링 ing..

길리 앞바다에서는 이렇게 나시 입은 등이랑 수영복 입은 엉덩이를 훤히 내놓고 놀다가 처음으로 화상을 입었다. 처음에는 빨갛기만 하던 등과 엉덩이가 조금씩 따끔거려 왔다. 다음날에는 껍질을 벗겨내기 시작했는데 그런 모습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나시랑 팬티를 입지 않아도 마치 입은 것처럼, 검게 그을린 자국이 등과 엉덩이에 선명하게 남았다. 무려 6개월이 넘도록,,,





이번 글에 나온 발리의 추천 스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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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li Kitchen
- 윤식당 촬영지였던 한식 음식점
- 김치볶음밥은 정말 강추! 참치김밥은 촉촉 보들 하지 않고 목이 메는 맛이라 아쉬웠다.
- 해안가 바로 앞에 있어서 한바탕 해수욕 즐기고 망고 주스를 먹기에도 좋다.
- https://maps.app.goo.gl/jPX1hiCueWVqw2G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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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tle point
- 엉덩이도 채 안 잠기는 얕은 바다에서 거북이를 봤던 포인트
- 때에 따라 거북이를 못 보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 총 3마리의 거북이를 봤다.
- 거북이를 찾을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다 안팎으로 살을 내놓기 때문에, 워터프루프 선크림을 꼼꼼히 바를 것!
- https://maps.app.goo.gl/DmQdZC7kAhua4jg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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