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이렇게 좋은 걸.
대단한 걸 써야 될 것 같았다.
가끔은 내 글이 초라하기도 했다.
나는 글로 무엇을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은 걸까.
글쓰기는 부지런히 사랑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슬아 작가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게 브런치는 무거운 존재였다.
대단한 걸 써야 될 것 만 같은 곳.
주제 없이 끝나는 나의 글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곳.
그런 곳이었지만 이제는 좀 다르다.
나와 나의 주변을 부지런히 사랑하고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그 사랑하는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글을 써 내려간다.
공기가 부쩍 차가워졌다.
코 끝을 스치는 공기가 서늘할 때, 아침에 눈을 뜨면 방안의 서늘함이 얼굴에 닿는 게 느껴질 때. 이런 계절이 오면 특유의 감성이 나를 감싼다.
예전보다 더 많이 온기가 그리워진다. 방안을 메우고 있는 차운 공기를 따듯하게 데워줄 온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전기장판을 틀만큼, 옷장 속 히터를 다시 꺼낼 만큼 춥지는 않기에 내가 생각하는 적당한 온기는 딱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그 정도의 온기다. 그래서 정녕 이렇게 쏜살같이 가을이 가버리는 건가 의심하게 되는, 가을도 겨울도 아닌 이 계절에는 무엇보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진다.
동시에 기다려지는 날이 생긴다. 획 지나가버리는 가을이 아쉽지 않을 만큼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날, 바로 크리스마스다. 공기는 조금씩 더 차가워지지만 내 마음은 기대감으로 따뜻해져 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를 좋아했다. 거리에 주황색 불빛과 초록색 트리, 형형색색 트리를 감싸고 있는 장식들, 빨갛고 하얀 선물 포장들, 흰 눈..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크리스마스 특유의 무드가 추운 겨울을 모두 녹여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서 자꾸만 기다리게 만든다.
아주 일상적인 감정들을 담고 싶었다. 오늘을 계기로 부지런히 사랑하고 기록해야겠다 다짐하니 내가 가진 감성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기록하는 지금, 그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