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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Dec 15. 2016

오늘 공항 폐쇄래...

3편.


홋카이도에 있는 작은 결혼식장 小さな結婚式 은 삿포로 札幌 와 오타루 小樽  두 곳이 있다. 삿포로점이 교통이나 규모는 훨씬 좋았지만 식장 내부가 반질반질한 소재로 되어 있고, 정면에 거울이 있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면 오타루 식장은 사진 속의 모습만으로도 소박하지만 아름다웠다. 붉은 벽돌벽에 나무의자, 정면 창에는 운하 풍경이 들어 있었다.




오타루점은 규모가 작은 지 드레스를 삿포로점에서 선택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작은 결혼식 삿포로점에 결혼식 전날 저녁 6시 반에 가서 드레스를 골랐다. 세 시간 정도 입었다 벗었다 하며 드레스를 골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오후 5시가 약속시간이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연착되었고, 눈이 많이 내려 도로가 미끄러워서 1시간 반을 지각했다. 늦게 도착한 와중에도 각종 상업시설 안에 위치한 삿포로 식장을 택하지 않은 나의 안목에 감탄하며 혼자 뿌듯해 하고 있었다.


오타루 운하를 배경으로 찍는 촬영용 드레스는 기본요금 내에서 하기로 하고, 본식 드레스는 추가 요금을 더 내고 화려한 것으로 골랐다. 꽃모양의 수가 놓인 드레스를 한 벌 입어보고 바로 결정. 두세 벌 입어 볼 것이라 예상했는지 스태프는 놀란 눈치였지만, 누군가에게 폐 끼치는 일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나의 성격 탓이었다. 시간 엄수를 중시하는 그들의 퇴근시간이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밤새 대충 골라버린 것을 후회하며 촌스러울 것 같다는 걱정 속에 밤을 지새웠다.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지만 쿨하진 않다.)






늦은 밤 오타루 호텔에 도착하니 설국이었다. 

소복이 쌓인 눈 위에 주황빛 가로등이 내려앉아 있었다.



결혼식 당일 아침이 밝았다. 창문 밖을 보니 여전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눈도 없이 춥기만 한 결혼식이 될까 봐 걱정했는데 흥분되기 시작했다. 예쁜 웨딩 사진이 되기에 충분한 눈이었다.


1시까지 식장으로 가기로 해서 시간 여유도 있고 조식을 든든히 먹었다. 부모님도 "눈 오는 날 결혼하면 잘 산대"라며 좋아하셨다.



우리 둘과 드레스 고르는 일을 도와줄 우리 부모님을 제외하고 모두 당일 비행기로 올 예정이었다. 결혼식에 참석하는 가족과 친구들 중 인천공항에서 홋카이도 치토세 공항을 통해 오는 사람들은 오전 8시 35분 출발 진에어 그룹, 10시 5분 대한항공 그룹, 11시 20분 제주항공 그룹, 12시 10분 티웨이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그 외 도쿄에서 오는 친구와 에어부산을 타고 김해공항에서 오는 친구들 몇 명이 있었다.


10시 그룹엔 신랑의 가족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조식을 마치고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대한항공 그룹이 아직 비행기를 못 탔다는 연락을 받았다. 10시가 되기 몇 분 전이었다. 10시는 비교적 여유 있는 항공편이어서 2시간 정도 지연되어도 오후 5시 반 예식에는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먼저 방으로 들어가 동생과 통화를 한 신랑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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