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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e Dec 12. 2016

왜 하필이면 일본이야?

2편.



작년 11월 홋카이도에 갔다.

삼일째 되는 날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마을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예약한 료칸엔 숙박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이틀 동안 넓은 대욕탕을 혼자 썼다. 노천탕에는 한 명만 쏙 들어갈 수 있는 통이 하나 놓여 있었다. 통 바로 앞에는 눈이 쌓여 있었고, 눈에 반사된 아침햇살에 눈이 부셨다.


커다란 나무에 묵직하게 앉아 있던 눈이 가끔씩 투우 욱.

떨어졌다.

참으로 좋은 소리였다.


이런 순간을 얻게 되다니...

나만 즐기긴 아깝다.




결혼 이야기를 들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질문 하나, 공통적인 반응 하나.


“왜 하필이면 일본이야?”

“부모님 대단하시다...”



솔직한 마음은 ‘해외’, ‘일본’ 에서라기 보다, ‘홋카이도’에서 하고 싶었다. 일본에서 1년 교환학생으로 지낸 적도 있고, 매년 취재, 출장, 여행 등으로 일본의 여러 도시를 다녀왔다. 그중 홋카이도여야만 했다.


항공권 가격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 도쿄나 후쿠오카, 오키나와, 오사카와 같은 도시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오타루에서 하는 것보다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겨울 홋카이도에서 하고 싶었다. 작년에 만났던 행복한 순간을 부모님께도 선물하고 싶었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 정갈한 료칸 요리를 대접해드리고 싶었다. 친한 친구들과도 눈으로 뒤덮인 그곳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고, 오래도록 이야기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대단하신 것은 맞다. 적어도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아서 내가 한국에서 적당한 규모로 결혼식을 올렸다면 가계에 많은 도움을 드렸을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추수'라고 부르는 그 일을 과감히 포기해주셨다.


제주항공이나 티웨이 같은 저가항공사가 있어 다행이었지만, 홋카이도행 항공권은 25만 원에서 35만 원 사이였다. 우리 둘의 주머니 사정이 좋진 않기 때문에 친구들의 항공권, 호텔 비용이 부담이 아니었다면 거짓말이다.


"오타루 도미인 혹은 오텐트, 둘 중 하나에서 숙박하면 될 거야."


당연 예약해놨으니 일정 상 좋은 쪽을 택하라는 뜻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초대한 나의 친구들 모두가 둘 중 한 곳을 예약하라는 뜻으로 알고 직접 예약을 하거나, 자기 숙박비는 괜찮다며 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다.


결혼 준비 처음부터 눈시울이 몇 번이나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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