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회신이 왔다.
“신랑 신부와 일본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하객 중 일본어를 하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가능합니다.”
요즘 일본어 쓸 일이 거의 없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과연 올 수 있을지 확인은 못했지만.
비행기 값 감당이 안 될 성수기가 되기 전에,
크리스마스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으로 날짜를 잡았다.
작은 결혼식 오타루점 담당자 고토 後藤 씨와 메일이 시작되었다. 결혼식 날짜를 확정한 후 한 차례, 약 1시간의 국제전화를 했고 이후론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살펴보니 오고 간 메일이 모두 50 통이었다. 10월 11일부터 딱 두 달간 거의 매일 주고받은 셈이다.
모든 메일엔 일본 사람 특유의 꼼꼼함이 묻어 나 있다.
5,400엔을 추가하면 신랑 신부 퇴장 시 하객들이 꽃을 뿌려주는 ‘플라워 샤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3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회신이 왔다. ‘핑크, 노랑, 파란색 꽃잎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색으로 하시겠습니까?’
내심 '아무 색이어도 관계없지 않나?', '현장에서 대충 정하면 되지 않나?'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메일로 물어오는 것이 신기했다. 핑크색으로 선택하니, 좋은 선택이라며 근사할 것이라는 회신까지 왔다.
물론 홈페이지에 언급된 6만 7천엔 만으로 결혼식을 올리진 않았다. 6만 7천 엔에는 드레스, 턱시도, 액세서리 대여, 사회자의 식 진행, 음향과 조명 조절, 신부 헤어 메이크업, 신랑 신부 사진 한 장, 식장 꽃장식(조화), 결혼 증명서 발행이 포함되어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사진이 중요했고, 남자 친구는 먹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들의 요구를 둘다 충족시키기 위한 옵션이 불어났다.
결혼식 기본비용 67,000엔 (+ 휴일은 10,800엔 추가)
19명 이상 추가 비용 5,400엔 (20명이건, 25명이건 같은 비용)
결혼식 촬영 및 데이터 구입 70,200엔 (약 250 ~ 300장)
오타루 운하 로케이션 촬영 32,400엔 (+ 휴일 비용 10,800엔 + 데이터 구입 32,400엔)
신랑 신부 시낭송 인쇄비 3,240엔 (기본 글귀를 읽으면 추가 비용이 안 들지만, 우리는 한국어로 읽어야 했으므로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좋아하는 윤동주 시를 읽기로 했다.)
샴페인 세레모니 5,400엔 x 2 (한 병에 18잔이 나오기 때문에, 19명부터는 두 병을 사용해야 한다.)
플라워 샤워 5,400엔 x 2 (위와 동일)
웰컴 드링크 324엔 x 22명 (대기 시 커피, 홍차, 물 등 제공 비용)
웨딩 케이크 15,660엔
부케와 부토니에 12,960엔
피로연 회식 가이세키 요리 10,800엔 x 24명
(그 외 현장에서 필요한 소품 구매, 드레스 업그레이드 비용이 발생 예정)
위의 비용은 소위 말하는 스드메와 결혼식장 대관료, 식대가 합쳐진 비용인 듯한데, 식을 하기전에 약 650만원 정도를 송금하였다. 한국에서 하는 결혼식 비용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몰라서 과연 비용을 줄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지만, 식대는 축의금으로 커버가 가능하다, 대관료가 아니라 꽃장식 비용이다, 꽃장식도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등 여러 정보가 뒤죽박죽되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했다. 물론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호텔 결혼식을 했다면 훨씬 더 비쌌을 것이다.
시간은 분명 절약했다. 물리적인 시간을 줄였다기보다, 진행과정이 재미있었다. 우리 둘이 특히 취약한 금액 네고, 다양한 선택지로부터 오는 피로, 회유와 약간의 협박 섞인 상술, 분명 (흐리멍덩한 우리 성격상) 상술에 끌려다닐 시간을 겪지 않아도 괜찮았다. 대신 일본어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하는 나는 평소에도 잘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일본 드라마든 중국 영화든 자막 없이 보는 일을 좋아한다. 실은 놀고 있으면서 일본어 공부했다고 스스로 위안 삼기를 즐겨하는 것이다. 이런 내게 결혼 과정을 일본어로 준비했다는 건 굉장히 뿌듯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