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기획서 공개!
무언가를 소개하는 글을 좋아한다.
소개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쓰는 일은 더욱 좋아한다.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도, 회사에 지원을 할 때도, 시험이나 면접은 싫었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은 정말 신이 났다.
지금도 아마 비슷한 상황일 테지만 언시생(* 고시라고까지 불리는 언론사 입사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을 때였고,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인턴기자 모집공고가 하나라도 나면 지원자가 꽤 몰렸다. 기자가 되고 싶었지만, 나는 시사상식 문제에 강하지도 않았고, 제한된 시간 안에 근사한 글을 써내지도 못했다. 게다가 면접 울렁증이 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면접장에 들어가서도 나오는 길에는 매번 급체를 했다. 이런 나에게 비교적 자신있는 일이 하나 있었다. 대학도, 인턴도, 회사도 오로지 자기소개서 하나로 들어갔다. (라고 생각한다.) 경쟁률이 꽤 높았던 인턴기자로 채용이 되었을 때도 ‘자기소개서가 인상적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급기야 ‘잘 쓴 자기소개서’로 잡지에 실리기까지. 자기소개서는 입사 후에 쓴 기사가 아니기 때문에 월급 외 원고료를 따로 챙겨 받았다. 아마 글을 써서 받은 생애 첫 금전적 보상이었을 것이다.
다시 읽어보면 ‘내 자기소개가 맞나’ 싶은 과거의 모습이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이 면접관 마음에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 이직을 하고 나는 한동안 소개하는 글에 굶주려 있었다. 그러다 출판사에서 오래 일한 동료의 출간 기획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것이구나!’
내 여행기를 소개하는 글을 써보고 싶어 졌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출간 기획서에 반드시 넣어야 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고 한다.
소개문 : 글에 대한 소개, 저자 소개
목차 : 책을 구성할 대략적인 목차
참고도서 : 내고자 하는 책과 비슷한 도서 조사
마케팅 : 책을 홍보할 수 있는 방법, 주요 독자 타깃
원고 분량 : 보유하고 있는 원고의 분량, 완성률
샘플원고 : 완성된 원고의 전문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출간 기획서에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만 있으면 막연한데, 앞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출간 기획서를 본 덕분에 그림이 빠르게 그려졌다. 그리고 점점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 글을 소개하는 일에!
제일 먼저 비슷한 콘셉트의 책을 읽어보고 내가 쓸 책에 어떤 점을 반영하고 싶은 지 정리했다. 평소 눈여겨봐 둔 책이 많아서 이 일은 생각보다 쉽게 끝이 났다. 목차와 샘플원고 역시 이미 써둔 여행기가 있었으므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소개문 쓰기. 내가 가장 격하게 동요했던 배경여행의 장소를 떠올리며 써내려 갔다. 여행 에세이 분야의 트렌드를 이야기하고, 그 트렌트 속에서 나의 글이 어떤 강점을 갖고 있는지 어필했다. 주제가 닮은 책을 조사한 결과를 간략히 정리한 후, 그 책들과 비교해서 나의 책은 ‘이러한 책이 되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로 소개문을 마무리 지었다.
잘 쓴 소개문이라고 하기엔 자신이 없고, 출간 기획서에 정답이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출간 기획서에는 이러이러한 요소가 담겨야 한다’는 정보만 있으면 각각의 요소 안에 어떤 내용을 녹여야 하는지 막막하다. 그 심정을 잘 알기에 부족한 기획서지만 첨부를 하였다. 물론 좋은 기획서를 볼 기회가 없었다면 나의 출간 기획서 역시 고리타분한 보고서가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인영님 고맙습니다!)
어찌됐든 무언가를 소개하는 글쓰기는 여전히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