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방의 기억

어둠 속에서 더 또렷해지는 건 안심의 온기

by SH

늦은 밤,

방 안 불을 끄자

적막이 한꺼번에 내려앉았다.

창밖 가로등 불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와

바닥에 흐릿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서윤은 침대에 앉아

가방에서 노트를 꺼냈다.

손바닥만 한 조명이 켜진 스탠드 아래에서

조용히 페이지를 넘겼다.


거기엔 지훈의 글씨가 있었다.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아직 이어지는 거겠지.”


서윤은 그 문장을 따라 읽으며

오늘의 장면을 떠올렸다.

카페 앞에서 스쳐간 손끝의 감각.

아주 짧았지만,

그 순간 마음이 덜 흔들렸다는 사실.


낯선 두려움 대신

오히려 오래된 안심이 찾아왔다.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

누군가 곁에서

같이 서 있었던 기분.


서윤은 노트를 덮고

작게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괜찮아.”


그 한 마디가

방 안에 잔잔히 흩어졌다.

아무도 듣지 않았지만,

그 말은 스스로에게도,

멀리 있는 지훈에게도 닿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도

더 또렷해지는 건 설렘이 아니라,

안심의 온기였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4화따뜻한 손의 간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