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쓰던 글이 대답을 얻는 순간
밤이 깊어질 무렵,
서윤은 하루 종일 마음속에 맴돌던 감정을
노트에 옮기고 있었다.
그 페이지 한쪽에는
며칠 전 지훈이 남겼던 문장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서윤.
이 이름, 잊은 적 없어.”
서윤은 그 문장을 가만히 바라보다
천천히 펜을 들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짧게 답을 남겼다.
“나도.
지우지 못한 이름 하나.”
그 순간,
노트는 혼자가 아니었다.
한쪽이 말을 건네고,
다른 쪽이 대답을 남기는,
대화처럼 이어진 기록.
며칠 뒤 카페.
지훈은 서윤이 남긴 그 문장을 읽었다.
한참 동안 눈을 떼지 못하다가
펜을 들어 한 줄을 덧붙였다.
“남아 있는 게 아니라,
아직 이어지는 거겠지.”
서윤은 그 글씨를 읽고
조용히 웃었다.
마치 오래 기다린 대답을
드디어 받은 듯이.
혼자 쓰던 글이
누군가의 대답으로 이어지는 순간,
기록은 대화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