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이름이 기록 속에서 다시 살아날 때
다음 날 저녁,
작은 식당 옆 카페에 둘은 마주 앉았다.
저녁을 함께 먹은 뒤라
분위기는 조금 더 느슨했다.
테이블 위에는
어제 서점에서 고른 산문집이 있었다.
서윤은 책을 펼쳐
조용히 글을 읽었다.
글자들이 천천히 눈을 타고 흐르는 동안
잔잔한 음악과 바깥의 바람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지훈이 책을 넘기다
빈 여백을 발견했다.
그는 무심한 듯 펜을 꺼내
작게 무언가를 적었다.
그리고 책을 서윤 쪽으로 밀었다.
서윤은 시선을 옮겼다.
페이지 한 구석에
짧은 글씨가 남겨져 있었다.
“서윤.
이 이름, 잊은 적 없어.”
서윤은 그 문장을 한동안 바라봤다.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도,
손끝이 떨리는 것도
숨기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지훈을 보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금 부끄러운 듯 웃었다.
그 웃음이 대답이었다.
서윤은 책을 덮지 않았다.
그 이름이 적힌 페이지를
조용히 손바닥으로 덮고 있었다.
이름 하나가
때로는 가장 긴 문장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