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앉은 오후

말은 없었지만, 공기만으로 충분했던 시간

by SH

늦은 오후,

햇살은 창문 유리에 반쯤 기울어 있었다.

커다란 유리창 너머로

천천히 떨어지는 먼지가 빛에 스며들었다.


서윤과 지훈은

카페 구석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비워진 머그잔 두 개가

조용히 식어가고 있었다.


둘은 각자 다른 것을 하고 있었다.

서윤은 휴대폰으로 짧은 글을 읽고 있었고,

지훈은 이어폰 한 쪽만 귀에 꽂은 채

무언가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충분해 보였다.


창밖을 바라보다

서윤은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지훈이 이유를 묻지 않았음에도

잠시 이어폰을 빼고

그 웃음을 따라 웃었다.


말이 없어도

웃음 하나가

둘 사이에 작은 다리가 놓였다.


시간은 그렇게

한참 동안 흘렀다.

햇살이 조금 더 기울고,

카페 안 불빛이 서서히 켜지기 시작할 때까지.


둘은 아무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그 오후는

함께 앉아 있었다는 것만으로

기억될 만한 시간이 되었다.


때로는,

가장 잔잔한 오후가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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