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비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괜히 마음이 무거웠다.
무슨 일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
숨이 조금 가빠졌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자니
말이 길어질 것 같고,
괜히 더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창가에 앉아
가만히 비를 바라보았다.
소란스러운 마음과 달리
밖은 고요하게 젖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조용히 따라가다 보니
머릿속이 조금 비워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구와 있지 않아도
이 순간이
나를 잠시 쉬게 해주었다.
나는 이제 안다.
때로는
누구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있다는 걸.
조용히,
내 마음과 단둘이 머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다정할 때가 있다는 걸.
조용히 비를 바라보던 그 시간,
나는 스스로를 가장 깊이 안아주었다.
아무도 없던 자리에서,
나는 나와 함께 있었다.
“그 공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