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가 유난히 바쁜 조직이었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 없게 지낸 것 같습니다. 보고서, 회의, 행사,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인수인계. 여행을 결심한 9월부터 거의 퇴근 후 시간과 주말 없이 준비했기 때문에 거의 체력의 한계에 다다른 시점이었습니다.
또 하나는 실질적 여행 준비 과정이 있었습니다.
리스트를 만들어 정말 많은 일들을 미리 했다고 생각했지만, 간단한 여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것들은 줄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현지에 가서 행복한 순간만 가득하길 바랬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꼼꼼하게 준비한 것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 집에 도래한 재앙적 독감과 폐럼이 있었습니다.
2023년 연말은 정말 다양한 질병이 만연했던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부터 변형된 코로나 폐렴, 다양한 독감(인플루엔자)이 흘려다녔고, 저희 가족도 모두 순차적으로 독감과 폐렴에 감염되었습니다.
하필이면 연말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아프기 시작해 신년 초까지 그 증상이 계속되었습니다. 연말을 누리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서러웠는데, 여행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을 뺏겨서 초조함까지 더해졌습니다. 코로나와 다르게 폐렴은 염증 때문인지 증상이 완화되었다 악화되었다를 반복했고, 쳬력을 정말 극한까지 떨어트렸습니다.
그 폐렴을 달고 다시 출근해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어느덧 회사 마지막 날이 다가왔습니다.
회사에서 일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회식을 즐긴 후 돌아간 집에는 이사갈 짐을 더 이상 못 싸겠다면 우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짐을 많이 정리하다 보니 직접 버리거나 보관해야 하는 짐을 정리해야 했고, 그 과정이 많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둘 다 힘든 몸을 이끌고 밤 늦게까지 짐을 정리하고 이사를 며칠에 걸쳐 마무리하고 하루는 기절하듯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다시 글에 손을 뻗어봤습니다.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힘든 일들이 폭풍처럼 몰려왔고, 그 과정 속에서 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함이 공존했습니다. 단순한 여행이라기 보단 살고 싶었던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보고자 하는 시간을 준비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준비 과정이 힘들수록 맞는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고, 그때마다 자신을 붙잡으며 이 결심을 하게 된 계기를 되새겼습니다. 이제 여행을 떠나기 전 마지막 글을 남기며 그동안의 불안감을 흘러보내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만 남겨봅니다.
언젠간 이 글들이 책으로 엮이고 지금 이 시간들이 뿌듯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글을 마무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