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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마이너 Feb 21. 2021

많이 우는 날들

때때로 우는 날이 필요해

먼지 쌓인 다락방에 눈물 닦으러 올라왔다. 날 부르는 소리가 저 아래서 들리지만 잠시, 아주 잠시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체하며 숨을 죽인다. 


요즘은 우는 날들이 많아졌다. 슬픈 일이 있거나 속상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닌데, 쉴 틈 없이 바쁜 중에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 마음이 우는 방법을 다시 배웠나 보다. 아, 우는 방법을 배웠다기보다 눈물 흘릴 만큼의 참 부끄러움을 조금 배우게 된 것 같다. 


요즘 가끔, 욕심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자꾸 아니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아직 달려가고 싶은가 보다. 밑창 나간 신발을 신고서라도 달려가고 싶었나 보다. 그런데 또 다른 나는 밑창 나간 신발을 신고는 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준비가 완벽해야지. 완전해야지. 그리고 결국, 져버린 그 마음이 부끄럽다며 자주 울어버렸다.


천복이라는 것. 내가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아는 것이란다. 나는 지금 나에게 과분한 복을 받았는데, 그 복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 자만하는 마음을 쉽게 가지는 사람이라 부끄럽고, 나잘난 마음으로 살았던 내가 후회스럽다. 너는 내가 전부라고 하는데 나에겐 아직까지도 너무 많은 것이 소중해서 미안하다. 


나는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며 눈물 흘릴 때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눈물의 이유가 이 작고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참지 못하고 화를 낸 것이 미안해서. 마음 아프게 한 것이 미안해서. 더 근사한 마음을 가진 엄마가 되지 못해 부끄러워서. 더 많이 이해해주지 못하고, 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났다. 잠들어있는 아이를 자주 마주하고 있는 중이다. '소중한 너에 비해 내가 많이 부족해서 미안해.'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느꼈다. 능력도 부족할뿐더러(당연한 건데), 무엇보다 너무 이기적이었으니까. 여전히도 자기중심적이었으니까. 매일 교만했으니까. 항상 너를 기대한다는 핑계로 내 욕심만 가득 부렸으니까.


어쩌면 좋은 엄마, 훌륭한 엄마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래서 부족한 나에 자주 실망하고, 많은 부담감들로 서로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앞으로는 그저 집중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사랑은 곧 그 대상에게 집중하는 것이니까. 곰곰하고 생기 있는 눈으로 오랫동안 집중하고 싶다. 이미 내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나의 천복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바라보니 아이는 정말 훌륭한 엄마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진실된 눈으로 오랫동안 자신을 바라봐주기를 바라고 있었는 듯했다. 벌건 먼지를 뒤집어쓴 눈이 한바탕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 듯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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