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좀 더 열심히 살고 싶었다. 그래서 친구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공유하고 있다. 기껏해야 운동이나 독서 등등의 흔한 내용이지만 습관을 들이기 전까지는 누구와 공유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가 하루 동안 한 그 몇 줄 안 되는 마지막에 나는 숫자를 적는다. 7,9,11 등등... 나는 그 숫자가 0에 가까워지거나 혹은 -가 붙는 날을 고대한다.
하루는 24시간이지만 꼭 써야 하는 시간도 있다. 수면, 식사. 그래서 나는 8이라는 숫자를 24에서 뺀다. 16, 내가 하루에 갖는 시간이다. 8시간 이상 시간을 소요하는 사회생활은 빼지 않는다. 주중, 주말을 나누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시간을 빼지 않는 이유는 사회생활에서 내가 느끼는 만족감은 0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16이라는 숫자를 0까지 내리는 게 쉽지 않다. 다행이라면 나는 한 시간을 써도 그게 2,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한 시간을 써도 그게 0.5나 0이 되기도 한다. 이 숫자는 내 만족감에 따라 변한다.
내가 쓰는 브런치의 글 하나는 대부분 1이다. 이렇게 글 하나를 쓰면 16은 15가 된다. 브런치 글 16개를 쓰면 그날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 쓰는 것이지만, 솔직히 하나도 쉽지 않다. 운동은 한 시간을 열심히 하면 2를 뺀다. 책을 한 시간 만족스럽게 읽으면 마찬가지로 2를 뺀다. 이렇게 글 하나, 운동 한 시간, 독서 한 시간을 하면 16에서 평균 11이 남는다. 이 11을 채우기가 정말 쉽지 않다.
여기저기 차이고 집에 돌아가면 시간도 부족하고 의지도 줄어든다. 그래서 매일 공유하는 글 마지막에 적힌 숫자는 10 안팎이다. 열심히 주말을 보내면 다행히 5 안팎까지 숫자가 줄어들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하루를 살고 있다. 그런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미련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잠자리에 누우면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보낸 지난날에 비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16이라는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 믿는다. 그럼 나는 더 마음 편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