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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Sep 01. 2019

'소울메이트'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언제부터 내가 '소울메이트'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나 30대에 들어섰음에도, 나는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믿는 내 소울메이트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소울메이트', 한글로는 영혼의 친구 정도로 번역되는 단어. 영혼의 친구... 말만 들어서는 뭔가 알듯 말 듯 하지만 '소울메이트'냐 아니냐에 대한 어떤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이 소울메이트를 찾지 못하는 건 아닌지 싶다.


서로 쿵짝이 잘 맞고, 말이 잘 통하면 친구가 된다.

서로 떨어지기 싫고, 그 사람의 웃는 모습에 내 심장이 떨린다면 연인이 된다.

그럼 '소울메이트'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이 질문에 나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했다. 

비록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짐작하기로는 '소울메이트'는 나와 성향이 아주 같거나 혹은 반대로 나와 성향이 아주 다른 사람 중에 하나 아닐까 했다. 대답이 너무 무책임해 보이는 것은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여전히 '소울메이트'를 갖지 못한 사람이고, 수년 전부터는 '소울메이트'는 원래 세상에 실존하지 않거나 찾기가 거의 불가능한 존재였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나와 너무도 비슷해서 함께하는 모든 시간과 공간을  즐길 수 있는 사람.

나와 너무도 달라서 내가 갖지 못한 부분,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

과연 어느 쪽이 '소울메이트'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그 사이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리저리 방황했다.


그렇게 나에게  '소울메이트'는 지상낙원에 존재한다는 천사와 비슷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의 나에게 어떤 이가 자신은 '소울메이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우연한 계기로 만난 사람이지만(지금은 내가 그 우연에 감사할 만큼 좋은 사람인), 그는 자신이 3명의 '소울메이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한 명의 '소울메이트'라도 찾고자 발버둥 쳤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절친한 친구 혹은 좋은 관계의 타인을 그 사람이 과하게 높게 평가해서 '소울메이트'라고 말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말한 '소울메이트'의 기준을 듣고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소울메이트'의 개념이 확실하게 있었다. 

나처럼 나와 정말 잘 맞는 사람과 나와 정말 다른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게 아니었다.


"기준이 같은 사람, 그게 내 소울메이트의 기준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너무 바보 같았다. 그리고 가슴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다. 

다만 내가 닮음과 다른 사이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하나의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살펴본 것이고 그 결과로 당당히 3명의 '소울메이트'를 찾았다고 말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기준이 같은 사람.

이 말은 나와 닮은 사람을 뜻한다. 물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기준의 같은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다름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여전히 남기 때문에.


그러나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었다.

어차피 내 인생이고 내가 만날 사람인데...

고민만 하다가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나보다 그 사람은 훨씬 나은 사람이었다.


여전히 나와 같이 '소울메이트'라는 존재를 찾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여전히 자신이 정한 기준이 없이 '소울메이트'라는 존재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한쪽을 확고하게 밀어서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어떨까 싶다.

그렇게 만난 사람이 혹여 '소울메이트'가 아니라면 그때 반대편의 사람을 다시 찾아봐도 늦지 않다.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이제 나와 기준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다. 물론,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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