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역시 시작이 사람 때문인걸 보면 나에게는 사람이 정말 중요한 거 같다)
나는 건축, 정확히 말하면 현대 건축에 대해 흥미가 생겼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건축에 대해 알게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 마음속에 하나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과거의 나는 건축에 큰 감흥이 없었다. 건축은 나에게 그저 공간일 뿐이었다. 그 공간에 무엇을 채우느냐가 중요할 뿐, 건축 자체에 관해서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 문과 출신인 나에게 건축은 이과를 나온, 수학과 과학에 능통한 이들이 좋아하는 분야로 여겨졌다. 그러나 건축에 대해 아는 게 많아질수록 그 고정관념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올해가 바우하우스가 설립된 지 100 주년이었다. 독일어로 바우가 건축을, 하우스가 집을 뜻하는 것을 보면, 바우하우스는 집을 건축한다 정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바우하우스는 건축 학교만은 아니었다. 기괴한 의상을 만들어 입고, 온갖 소재를 가지고 물건을 만들고, 무용과 공간을 접목시키는 등 종합예술학교로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렇게 건축은 나에게 또 다른 인문의 한 분야로 다가왔다
나는 건축의 문을 바우하우스로 열었다. 그리고 소위 현대 건축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의 생애와 그들이 남긴 엄청난 건축물, 건축에 대한 그들의 생각, 정의 등등... 솔직히 그들이 남긴 건축물을 보며 '우와 멋지다'라고 한 것들도 있지만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건축물에는 개인이 정의한 건축에 대한 견해가 녹아있었고, 그것은 정말 멋진 일처럼 보였다.
건축가들은 다양한 건축물을 남겼다. 주거시설, 공장, 문화 시설, 종교 시설, 심지어 공동묘지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곳에 녹였다.
그리고 건축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나는 무언가를 짓고 싶어 졌다. 아마 누구라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까 한다. 건축물, 특히 내가 짓고 싶은 것은 '집'이었다.
내 삶의 시작은 도시가 아니었고, 오히려 자연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도시에서 10년을 넘게 살다 보니 높고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집에 익숙해졌다. 그래서 한 때 한강이 보이는 좋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한 적도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 한 번쯤은 살아보고는 싶지만..)
건축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된 내 생각은 조금 변했다. 쭉 늘어선, 획일적이고 높은 건축물이 아닌 다른 집, 나는 그런 집이 좋다.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하고, 서두에 말한 내가 마음속에 그리고 있다는 그림은 바로 내가 짓고 싶은 집이다. 나의 집, 내가 살고 싶은 집을 나는 마음속에 짓고 있다.
그 집은 먼저 복잡한 서울 도심은 아니다. 아주 시골일 필요는 없지만, 산이 근처에 있다. 그리고 단독주택이다. 큰 잔디밭은 아니지만 잔디도 깔려 있다. 화단은 없다. 관리도 어렵고 꽃이 피고 지는 것에 큰 의미 부여를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화단은 없다. 잔디밭에는 작은 테이블과 의자 2개를 놓았다. 그리고 그 테이블은 적당히 큰 나무 덕에 그늘이 진다. 집은 다락방이 있는 2층 집이다. 그 다락방에는 지붕이 유리로 덮여 누워있으면 하늘이 보인다.
밤에 누워서 하늘을 보면 별도 잘 보인다.
이 집이 내가 마음속에 그린 집이다. 생각만으로도 미소 짓는 나를 보게 되는 내 집. 한강이 보이는 높은 아파트, 큰 평수의 집. 누구라도 집 좋다고 하는 그런 집을 꿈꾸던 내가 건축을 조금 알게 됨으로써, 건축이 자연을 파괴하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 건축이 들어가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건축의 대가 또한 그런 사람들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건축물을 만드는 이들이 나는 좋았다.
내가 짓고 싶은 집.
내가 살고 싶은 집.
생각만으로도 당신을 미소 짓게 해 줄 것이라 확신한다.
현실의 건축은 돈이 들지만, 마음속 건축은 공짜니까.
그리고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정말 상상하던 나의 집을 미래에 내가 지을 수도 있는 거니까.
혹여 누군가 마음속에 집을 짓는 나를 비웃어도 괜찮다.
내 마음속에서는 오늘도 집이 좀 더 지어졌으니까. 나는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