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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Nov 23. 2019

'관계'

아무것도 아닌 단어 하나

누구와 관계를 맺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어찌어찌 맺은 인간관계조차 삐걱대다가 어긋나기 일수였다. 관계를 맺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머리를 굴리지 않았다. 주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으며 받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노력한다고 생각했지만.. 나에게만큼은 관계에서 노력과 결과는 비례하지 않았다. 한 때는 그게 너무 억울하고 원망스러워 나 자신이 못나 보이기도 했었다.


다들 잘 맺고 유지도 잘하는 것 같아 보이는 관계, 그러나.. 나는 예외였다.


모든 관계가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관계들을 통해 어렴풋이 느끼는 게 생겼다. 관계를 그나마 순탄하게 유지하는 경우는 두 가지였다. 선이 없는 관계이거나 절대적인 선이 있는 관계이거나. 

선이 없는 관계라는 것은 가족이나 연인 같은 경우다. 그런 관계는 꽤 괜찮았던 것 같다. 절대적인 선이 있는 관계는 나와 상대방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관계다. 이런 관계 또한 그래도 마음고생이 덜 했던 것 같다.


정말 오랫동안 생각해서 얻은 결론은 내가 거리 조절을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정도 다가가도 괜찮은지, 어느 정도 멀어져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는 것. 그래서 너무 가깝게 다가갔다가 관계가 삐걱대거나, 너무 멀어져서 관계가 어긋났던 것 같다. 

그러나 안다는 것과 하는 것은 달랐다. 거리 조절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나는 여전히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다.


그 이후 내가 선택한 것은 마음을 숨기는 것이었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어느 정도까지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보다는 횔씬 쉬웠기 때문이다.

연락을 줄이고, 해보고 싶은 것이 떠올라도 말을 삼켰다. 은연중 느끼는 상대방의 요구는 모른척했다.

그러나 그 시간이 반복되자 관계가 흔들렸고, 그 사람과 서서히 멀어졌다. 결국 이것 또한 정답은 아니었다.


이제 나는 관계를 포기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말하듯 인생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거라는 말이 나에게 매우 그럴듯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나는 그 마음을 다시 가슴속에 넣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상대방에게 내보이라는 누군가의 조언.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보지 못한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보며 누군가 말했다.


아마 그 사람의 말이 맞을 거 같다. 가보지 않아도 이거다 싶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말에 그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이라면,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무책임하게도 내가 해보지는 못했지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아닌 당신이라도 도전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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