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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Mar 21. 2021

진중권

듣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라는 소제목처럼 이 내용은 모두 허구이자 제 상상입니다.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응원하려는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이런 말을 듣고 싶다는 제 바람을 상상하여 적은 글입니다.)     


안녕하세요. 진중권입니다


저를 정치 평론가나 논객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겠지만, 제 전공은 정치외교학이 아닌 미학(美學)입니다. 미학(美學)은 말 그대로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예술로 표현한 것을 다루는 학문입니다.   

   

이처럼 아름다움을 다루는 미학을 공부하고 미학과 관련된 다수의 책도 출판한 제가 왜 비평가, 정치 평론가, 특히 모두까기 인형이라는 불리는 걸까요?     


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음 가는 대로 말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무엇을 칭찬하는 글보다 비판하는 글 훨씬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간은 칭찬과 좋은 점을 드러내기보다 불만과 나쁜 점을 쉽게 드러내니까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이 어딜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정치권입니다.      


솔직히 한국이라는 나라는 정치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나라 아닙니까? 정당의 영혼이라 표현할 수 있는 명확한 핵심 가치를 갖지 못한 정당. 정권을 잡기 위해, 배지를 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 토론과 논쟁을 통한 더 나은 방향을 추구하는 의회 본연의 목적이 아닌 비난과 의혹 제기를 통한 상대방 헐뜯기, 심지어 집단 패싸움까지  일어나는 곳이 바로 대국의 국회입니다.    

 

이 추악한 모습을 수십 년간 본 국민들이 어떻게 정치권을 따스한 눈으로 볼 수 있겠습니까?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정치권을 비판하는 말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한때 저 또한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 활동했던 적이 있었고, 특정 진형에 속해 진형 논리 말기도 했었습니다. 왜 그랬냐고 묻는다면 뻔한 말이지만, 최악을 피하고자 차악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차악을 택한 선택 또한 계속 이어질 수 없었습니다. 제가 모두까기 인형이라 불리게 된 원인이 그 안에 있습니다.     


저는 미학(美學), 즉 아름다움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점점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높아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타고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 눈높이는 꽤 높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눈에 거슬리는 것이 한국에는, 특히 정치판에는 너무 많았습니다.     


내 편이면 문제없고 남의 편이면 문제 삼는 이들이 넘쳐나는 곳. 70년 전 전쟁으로 폭발했던 이념 싸움이 여전히 계속되는 곳. 정권을 잡기 위해, 배지 하나를 달기 위해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로 넘쳐나는 곳. 그곳이 정치판이었습니다. 미학을 공부한 제가, 이 세상이 아름답기를 바는 제가 그곳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더럽고, 역겨운 곳. 그러나 한국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외면만 할 수는 없는 곳. 제게 한국의 정치판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비난하는 말과 글을 썼습니다. 물론 저로 인해 무언가가 변할 거라는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소귀에 경을 읽어 화풀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뭐가 다르냐고. 너는 얼마나 깨끗하냐고 말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난 정치 안 합니다”

저는 한 사람의 국민일 뿐입니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몇 년간 주권을 빌려준 임차인에게 아무 말도 못 합니까? 그건 아니죠. 정부와 정치인. 그들은 우리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가끔가다 보면 누가 누굴 위해 존재하는지 헷갈리는 분들이 계신 거 같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 같은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물론 제가 지금처럼 입바른 말만 할 수 있는 건 제가 정치판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정치판에 절대 가지 않을 겁니다. 저를 비난하고 싶은 분들은 제가 정치판에 들어가면 그때 하세요. 정말 만에 하나라도 제가 정치판에 간다면 여러분의 비난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그동안 제가 남에게 했던 무수히 많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다시 제가 되돌아올 겁니다. 그러 저 절대 그곳에 갈 일 없을 겁니다.   

   

정치판에 들어가서 변하는 사람들, 정치판에 들어가서 가식이 벗겨진 사람들. 저는 너무 많이 봐왔습니다. 저는 더러워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정치라는 판때기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냥 지금처럼 그들의 모순과 더러움, 추악함을 보며 비평하고 비난하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모두까기 인형 진중권이라는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쁘지는 않아요. 모두를 깔 수 있다는 건,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계속해서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거든요. 저는 지금처럼 높은 눈높이와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겠습니다.


객관적으로 어떤 그림이 더 아름다운가를 보려면 내가 그림을 그리면 안 됩니다. 아무래도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말이죠. 아, 물론 우리 정치권에서 더 아름다운 그림을 찾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한국의 정치에서는 어떤 것이 그나마 덜 추악한가를 찾는 편이 훨씬 빠르거든요. 그나마 아주 조금이라도 덜 추악한 것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그것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특정 진형을 비난해서 제게 불편하신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진형 논리에 빠져들수록 당신의 눈은 점점 멀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럼 나중에 당신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될 테니까요. 그 너무 슬프지 않겠습니까?


이상 모두까기 인형 진중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평론가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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