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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방수 공사 썰 - 1편

비 오는 날이 너무 싫다.

건물주로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세입자 월세 밀리는 걸 많이 걱정하시는데 그건 사소한 일입니다.


예쁘게 생긴 여자 세입자가 있었는데 방안이 무슨 돼지우리도 아니고 (과장 없이) 발 디딜 틈이 없게 잡동사니, 쓰레기 더미와 함께 살던 친구도 있었고요.

밤늦게 까지 방 안에서 친구들하고 술 마시며 시끄럽게 굴던 친구.

쓰레기 분리수거 안 하고 음식 쓰레기랑 잔뜩 섞어서 버리던 친구.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담배를 얼마나 피우는지 복도까지 담배 냄새가 절게 나게 만들었던 백수 친구.

건물에 창고 같은 거 없냐고 물어보길래 왜 그러냐 물으니 자기가 옷이 너무 많다며 안 입는 옷들은 좀 내어 놓고 싶다던 친구까지.. -_-;;

게다가 불법 주차하는 차들. 지나가는 사람들의 쓰레기 투척. 그리고 옆집의 여자


이런 일들이 모두 스트레스지만 이런 것들은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반면에 도배, 장판, 보일러, 전기, 배수, 누수 같은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런 기술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면 정치적인 문제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건 아마 제가 아는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하다 못해 기존 형광등을 LED 등으로 교체하는 것조차 스스로 못하니까요.(이제 할 줄 압니다)


저에게 가장 스트레스가 잦았던 일은 바로 누수였습니다.

저는 건물에서 물이 새는 일이 얼마나 흔한지 건물을 사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대부분은 보일러에서 물이 새는 경우였습니다.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고 나서는 어떤 방에서 물이 샌다고 하면 윗 층에 있는 방들에 올라가서 보일러를 하나씩 살펴봅니다.

제발 물이 새고 있어라 기도하면서 보일러실 문을 열어봅니다. ㅋㅋ

물이 안 새고 있으면 더 골치가 아프거든요. 물이 샌다면 A/S 기사를 불러서 부품을 교체하면 됩니다.


옥상에서도 물이 샐 수 있다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 건물은 2009년에 지어졌는데요. 건물이 완공된 지 약 7년쯤 지난 2016년쯤부터 어머니께서 옥상 바닥이 너무 닳았다며 방수 공사를 한번 해야 하는데 하고 몇 번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방수 공사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회사 다니느라 바쁜데 공사 얘기만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아서 나중에 얘기 하자며 미루곤 했습니다.


그러던 2017년 8월 21일. 기록해둔 날짜를 보니 아마 장마철이었던 것 같습니다.

3층 복도에 있는 센서등에서 물이 똑똑 떨어집니다.

제 건물은 3층 건물인데 3층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건 옥상에서 새는 겁니다. 그건 저도 딱 알겠습니다.


하아.. 어떻게 고치지? 이건 보일러 같은 문제가 아닌데?


아... 또 스트레스가 극심해집니다.

이런 일로 스트레스 안 받고 쉽게 쉽게 처리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저는 성격상 그렇지가 않습니다.

공사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는데 모르는 사람 불러다 일을 맡긴다는 게 영 내키지가 않습니다. 

일단 방수 공사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 라고 생각하며 회사 일을 하며 하루하루 보냅니다.


엇, 그런데 장마철이 지나고 나니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습니다. 맑은 날씨와 따뜻한 햇볕이 너무 좋습니다. 제 마음도 해가 쬐는 만큼 따뜻해지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2018년이 됩니다.


이번에는 정말 미룰 수 없다는 걸 저도 압니다. 비가 오면 3층 센서등에서 물이 떨어지는 건 더 심해졌고, 간혹 건물에 전기가 내려가는 일이 생깁니다. 불이 날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너무 무섭고 소름이 끼칩니다. 3층 센서등은 아예 전기가 안 들어오도록 차단해 버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노루표 페인트에 가서 방수 공사를 알아보았는데 400만 원을 달랍니다.

젠장, 이게 비싼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돈 줘버리고 공사를 맡기면 분명히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느낌이 옵니다.


방수 공사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합니다. 블로그도 찾아보고 유튜브도 봅니다.

아래 링크한 유튜브에서 거의 모든 정보를 얻었습니다. 거리가 좀 멀어서 공사 진행까지는 하지 못했습니다만 10분 넘게 전화 통화를 하면서 제 여러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시고 조언해주셨는데,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이 날 세상에서 가장 공부하기 좋은 매체는 책이라고 생각하던 저의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제게는 기억에 남는 순간입니다.


옥상 방수 작업은 크게 다음 작업들로 나뉩니다.


1. 그라인더로 바닥 갈기

2. 하도

3. 중도

4. 상도


하도는 페인트가 바닥에 잘 붙을 수 있도록 풀칠을 하는 작업이라 생각하시면 되고, 중도는 방수 페인트 칠, 상도는 그 위에 코팅을 하는 작업입니다.

유튜브를 열심히 보고 각각 어떤 작업인지 이해를 해두고 제품은 어떤 것들을 사용하는지, 제품 가격은 얼마인지 찾아둡니다.


이해를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집니다.


에이, 이 정도면 그냥 내가 할 수도 있겠네.


이딴 생각까지 듭니다. ㅋㅋㅋ

셀프로 가족들과 일을 할까 아니면 일을 맡길까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하다가 일을 맡기기로 결정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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