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드디어 무주택자가 되었습니다

내놓았던 건물이 드디어 팔렸습니다.

4월에 건물 매도 계약을 하고 오늘 잔금을 받았습니다.


잔금을 치르면서 오랜만에 등기권리증을 꺼냈습니다.

아니 그런데 날짜가...?


2013년 6월 17일...?

오늘 날짜는 2023년 6월 16일...

공교롭게도 만으로 딱 10년이 되는 날이군.


어느새 시간이 그렇게 흘렀지..?

2013년 6월 17일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카카오에서 하와이로 워크숍을 갔다가 돌아온 바로 다음 날이었을 겁니다.


해외여행이란 것도 처음 가보고.. 세상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는 얼간이었었는데..

어느새 가정을 이루고 아빠가 되고 중년이 되어버렸습니다.


건물을 사면서 1년 정도만 해야지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10년이나 하게 될 줄도 몰랐습니다.

하루종일 기분이 묘합니다.




잔금을 치르는 기분은 시원섭섭했습니다.

저는 부동산이 싼 시기에 잘 샀지만 팔 때도 싼 가격에 팔았습니다.

비싼 가격에 팔고 싶은 마음보단 얼른 처분하고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과연 좋은 투자였을까 돌아봅니다.

카카오 주식을 가지고 가만히 있었더라면 돈은 훨씬 더 많이 벌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조금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괜찮습니다.

건물 덕분에 10년 동안 별 경험을 다했습니다.

즐거웠던 기억, 화나는 기억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회사만 다니고 있었다면 경험하지 못할 일들이었습니다.


컴퓨터 밖에 모르던 제가 세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 남은 삶에 자양분이 되어줄 거라 생각합니다.




건물을 사신 분에게 인수인계를 잘해줘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부동산에도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있다..?


하하. 부동산 팔면서 이렇게 인수인계를 해주는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저도 뭐 하는 짓인가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써서 보내드렸습니다.

매수인 분은 보시고 물론 좋아하셨습니다. 이 건물에서 돈 많이 버실 수 있길 바랍니다.




이제 뭐 할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또 무슨 건물 살 거냐고.


별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꼭 이런 말이 돌아옵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는 부동산 하나는 있어야지.


진짜 그런가...?

저는 이런 소리가 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없으면 뭐 어때서.


죽기 전에 서울에서 집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라거나 인생의 목표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불패. 조물주 위의 갓물주.

이런 단어들이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을 소유한다는 건 거기에 발목이 묵이기도 한다는 건데.

갖는 만큼 집주인으로서 해야할 의무와 사회에 갚아야할 의무가 생긴다고.


전세나 월세 살면 뭐 어때서.

이제야 비로소 시간과 공간에 모두 자유로운 몸이 되었습니다.

이 자유를 좀 더 즐기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세금을 제 때 돌려주지 못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