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위에 쓰여진 날씨.
무라카미 하루키의 산문집을 보는 느낌으로 읽었다. 아니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좋아하는 것들을 닮아가는 게 우리들 인생인 거지. 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과는 무조건 절친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나도 그렇지만 작가님은 하루키의 찐 팬으로 그 옆에 신작이 (요조와의 교환일기 였던 듯) 놓인 것만으로도 무척 기뻐했는데 그래서인지 작품의 느낌도 데칼코마니처럼 닮아있다. 강요하는 것이 없는 가르치려 하지 않는 담백한 일상 세계로의 초대장 같은 간결하고 맑은 글들이 나를 투명하게 덮는다.
작가님이 왜 표지를 저 사진을 사용했는지 알 것 같다. 아무 이유 없이 픽하셨다 해도 그래도 너무나 절묘한걸. 바다와 해변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편이니까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는 다르구나 싶다. 임경선의 1인 출판사 토스트에서 발매한 첫 번째 책이라니 왜 제가 감격스러운 걸까요.
책을 다 읽고 나면 홀가분해진다. 생의 무게를 좀 덜어낸 거 같은 기분이 들고 비치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같은 평화로운 감정들에 파묻혀있는 느낌이 들었다. 다들 이렇게 날씨처럼 살아가는 구나하고. 진솔한 이야기와 글들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말이지만 가끔씩 우리는 어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 몸부림칠 때가 있는 것이지 않은가.
심심하진 않아,
너랑 살면
우리는 환상에 빠져들 필요가 있고 또 그러면서도 현실에 녹아있어야만 한다. 그럴듯한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는 제법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은 중요하거나 또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누가 맞고 틀리고는 문제 될 수 없고 주사위는 던져졌으니까. 오늘도 조금은 불행하고 가끔은 외롭고 종종 즐거우며 적당하게 행복하기도 한 다양한 감정들을 눈덩이처럼 뭉쳐가며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지길 바란다. 가끔 정답이 아닌 듯 보이는 길을 홀로 걷는다 해도 너무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길 애초에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