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계산하려면.
정유정 작가님의 신작 완전한 행복을 읽는 일은 제대로 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일처럼 다가왔다. 장편소설 중에서도 두꺼운 책을 선호하는 나에게는 선물 같은 책이었다. 실은 책 읽기 전에 서평이나 책 소개 문구를 읽지 않아서 이 소설이 고유정 사건을 모티브로 한 책인지는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이미 결말을 아는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약간 들기는 했지만 읽는 행위를 포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실망하지 않았다면 다 거짓말.)
완전한 행복은 세상 끔찍한 사건이라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을 기본 틀로 가져가지만 작가님 고유의 인물에 대한 심리묘사가 얼마나 글을 더 사실적이고 섬뜩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작가님의 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스포주의?) 그리고 혹시나 혹시나 다른 결말이 있는 건 아닐까 반은 기대 반은 의심을 하며 책장을 끝까지 넘겼으나 결말은 다들 직접 확인하시기를.
행복에 열광하는 사회의 모습은 우리가 거대한 불행 속에 있다는 반증일까. 행복하지 않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님을 깨닫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소중한 시간을 모으는 일을 지속하다 보면 행복을 스쳐 지나가는 일도 종종 생긴다는 것을 알았고 행복 해져야만 해라는 명제가 최우선이 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날들도 인생에는 필요한 게 틀림없다.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면서 우리는 완전무결하게 행복해질 수 없지 결코.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