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에 겹쳐진 여러 감정의 결
어느 가을, 숲을 찍었다.
안개가 내려앉은 이른 아침,
길은 굽어 있었고,
나무들은 제각기 기울어져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날은 유난히 공기가 습했고,
카메라를 꺼내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던 날이었다.
몇 년이 지나
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사진치료 수업에 참여한 두 사람 중
한 명이 이 사진을 조용히 골랐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툴지 않은 그녀는
사진을 손에 쥐자마자 말했다.
“걸어보고 싶어요.
희미한 안개 같아요.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두렵진 않아요.
오히려 편안해요.”
그녀는 숲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길은
그녀에게 익숙한 공간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는 사진 속 풍경에 감정을 얹었다.
사진을 잠시 들여다보던 그녀는
문득, 풍경의 구조를 말하기 시작했다.
“길이 굽어 있어요.
나무들도 다 제각기 기울어져 있네요.
똑바른 게 하나도 없어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근데 이상하게…
그렇게 어수선한데도 편안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서 그런가 봐요.”
같은 사진을 본 또 다른 참여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없는 것도 하나의 반응이라 생각한다.
감정은 꼭 표현되어야만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사진을 본 이들은
그녀들 외에도 여럿 있었다.
이 사진은 사진치료 과정에서
종종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낸 사진 중 하나였다.
“예측할 수 없어서 무서워요.”
“안개가 끈적해 보여요. 숨쉬기 힘들 것 같아요.”
“혼자라면 좀 무서울 것 같아요. 추리물 같기도 해요.”
“습하고 달갑지 않은 느낌.”
“범죄가 일어날 것 같은 새벽 느낌이에요.”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색감이 예뻐서 끌렸어요.”
“걸어가면 저 너머에 맑은 하늘이 있을 것 같아요.”
“안개 낀 풀냄새가 상상돼요.”
“첫 아침, 문이 열리는 장면 같아요.”
같은 사진을 두고
누군가는 걸어보고 싶다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뒤로 물러선다.
익숙하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길을 잃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감정은
늘 같지 않다.
같을 필요도 없다.
나는 이 장면을 보며 생각했다.
사진은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앞에 선 사람은
어느 순간, 자기 마음을 꺼내놓는다.
감정을 꺼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 차이가,
곧 우리를 더 깊게 이해하게 만든다.
같은 숲, 다른 마음.
그래서 이 사진은
한 사람의 마음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감정들이 조용히 겹쳐져 있는 사진이다.
당신이라면,
이 안개 낀 길을 걷고 싶으신가요?
이 사진은 상담자가 직접 촬영하였으며,
실제 사진치료 과정에서 사용된 투사적 정서 사진입니다.
사진에 대한 감정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