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낮잠 Jul 22. 2019

엄마의 홀로서기

엄마의 행복을 응원해

엄마와의 짧은 저녁을 하고 헤어지는 이었다. 어릴 때와 다르게 이제는 어린아이를 보내는 것처럼 걱정스럽고 묘한 기분이 드는  이상했다. 항상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나와 가장 많이 티격태격했던 엄마는 어느 순간부터는 나에게 가장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인해 때로는 가족들을 힘들게 했던 엄마가 답답하고 이해가 안돼서 못된 소리를 많이 하기도 했던  같다. 결혼을 하고 독립해서 살면서부터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눈에 보이지 않기에 모르고 지나가는 하루가 많아졌다. 그렇기에 이제는 서로 싫은 소리를 하는 일도 없지만 문득 눈앞에 보이지 않는 엄마의 모습이 근심스럽게 느껴질 때도 많다.


"집에 이제 너의 물건이 하나씩 사라지는게 마음이 안좋아"

결혼을 하고 가끔 집에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둥지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자식을  키운  회로 내보낸 중년의 주부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는데, 엄마도 비슷한 마음이 아니었을까.

집에 혼자 있는 것을 불안해하지만 가족 외에는 누군과 많은 교류를 하지 않던 엄마가 이제는 동네 사람들이 놀러가자고 하면 자주 따라나서기 시작했다. 가끔은 무엇인가 배워보려고 하기도 하고, 언젠간 결혼해서 독립하게  동생과의 분리도 두렵지만 조금씩 준비해보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여전히 가끔씩은 아프고 슬픈 모습으로 꿈에 나타나는 엄마이지만, 이제는 이런 근심들은 내려두고 엄마도 엄마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도 엄마와 분리되어 나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듯이, 나와 동생에게 의지했던 엄마도 이제 천천히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반지하 빛도 안 드는 동네의 공장에서 일만 하느라 혼자 버스 하나 제대로 못 타던 엄마, 이제는 세상의 수많은 좋은 것들을 하나하나 조금씩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엄마를 닮아 이렇게도 하루하루 작은 마음으로 마음 졸이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잘 살아볼 테니 엄마도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 살아주길!


그동안 힘들게 사느라 고생 많았어. 우리도 이젠 행복하자!

이전 12화 20대, 설렘의 추억을 먹고 산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