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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Yonu Sep 09. 2019

단어 3개와 3유로를 주세요, 시를 써드릴게요

시인과 명상가를 하루에 다 본날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은 정말 달랐다. 프랑크푸르트가 좀 더 정형화된 도시의 느낌이었다면 베를린은 자유분방한 히피들의 도시. 한 예로 프랑크푸르트 사람들은 신호등의 신호를 엄수하는데 반해, 베를린 사람들은 레드라잇이건 그린라잇이건, 자기들이 가는 길이 곧 횡단보도였다.


베를린 장벽 공원을 배회하다가, 흥미로운 남자를 보았다.





"단어 3개와 3유로를 주세요, 그러면 시를 써 드립니다"

그는 의외로 인기 있는 시인이었다. 내가 그를 구경하는 그 짧은 동안에도 두 명의 사람들이 그에게 와서 시를 받아갔다.


문득 영화 비포 선라이즈가 떠올랐다.


내가 사랑해마지않는 영화 비포 선라이즈. 심지어 스크립트 북까지 샀다.


세느강을 걷고 있던 셀린느와 제시에게 단어 하나만 주면 시를 써주겠다는 파리의 시인이 등장한다. 시의 값은 시가 마음에 들면 주고 싶은 만큼만 주라고. 셀린느와 약간 다퉈 뾰로통한 상태였던 제시는 시인에게 '밀크쉐이크'라는 단어를 툭 던져버린다.


Daydream delusion
Limousine Eyelash
Oh, baby with your pretty face
Drop a tear in my wineglass
Look at those big eyes
See what you mean to me
Sweet cakes and milkshakes
I am a delusion angel
I am a fantasy parade
I want you to know what I think
Don’t want you to guess anymore
You have no idea where I came from
We have no idea where we’re going
Lodged in life
Like two branches in a river
Flowing downstream
Caught in the current
I’ll carry you. You’ll carry me
That’s how it could be
Don’t you know me?
Don’t you know me by now?


그리하여 등장한 밀크쉐이크 시. 현실주의자 제시는 "그냥 이미 써둔 시에 단어만 끼워 맞춘 것 아니야?" 하며 다시 한번 귀여운 투정을 부렸지만 셀린느는 만족하며 파리의 거리 시인에게 기꺼이 그녀가 가진 동전 몇 개를 나누어 준다.

만족스러워하며 다시 자신만의 시공간으로 돌아간 파리의 시인. 다 피운 담배를 세느강으로 휙 던지는데 환경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3가지 단어로 시를 쓰는 시인 말고도, 베를린 장벽 공원에는 특이한 이들이 많았다. 이 아저씨는 오리엔탈리즘에라도 심취했는지, 저 자리에서 명상을 하고 있었다.


시인과 명상가를 하루에 다 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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