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아름다운 만남(비교 분석)

- 지식을 심화하기

by 리라

이전에 배웠던 반원의 공식을 좀 더 응용해 보자. 현재의 앎과 과거의 앎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흔히 아이를 엄친아와 비교한다고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 과거의 ‘나’(부모의 어린 시절)와 아이를 비교하는 게 맞다. 절대 잘난 척하라는 게 아니고, 아이의 모든 게 신기하고 대견하면 된다. 책을 읽으며 깨닫는 하나, 하나의 앎이 결국 예술작품을 보는 입장과 같지 않을까. 우와. 대단하네. 또는 아, 이런 부분은 아쉽네. 라고는 해도 새로운 앎이라는 것 자체가 놀랍다. 자녀의 모든 성장 과정이 비단 예술작품에 비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할 때, 아이가 기존의 벽, 마치 병아리가 달걀을 깨며 나가는 과정 자체가 대견하고 놀라운 것이다. 성숙한 어른이라면 겸허한 자세로 격려하며 바라봐야 한다.

살아도, 계속 살아도 얻는 것 없이 허무하다고? 왜 과거의 것을 ‘무(無)의 것’으로 날려버리는가? 현재의 것과 (반원의 공식으로) 연결하면 된다. 그럼 어제의 지식이 오늘의 새로운 지혜가 된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4차시에 걸쳐 문학 교과서에 있는 ‘임경업전’을 수업했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부교재(기출문제집)로 나가려고 한다. 이왕이면 무엇을 나가는 게 좋을까? 교사의 머리에 반원의 공식이 있는 한, 임경업전이 자녀를 낳으면 된다. 나는 많은 예시 작품 중, ‘유충렬전’을 선택하여 나가고, 다음엔 ‘소대성전’을 나간다. 그래서 계속되는 반원을 그려나간다. 내신 문제에서 난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흔히 하는 ‘외부 제시문’을 출제하지 않은 지가 꽤 되었다. 혹 참고해야 할 <보기>가 필요한 경우에도 내가 직접 창작한다. 진도를 나갈 땐 연관 작품들을 미리 보여주며 수업한다. 학생들 머리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작품들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수업을 구성한다. 아래는 ‘유충렬전’과 ‘소대성전’을 배울 때 전국연합 학력평가 문제에서 있던 제시문이다. 같이 읽어 보자.

먼저 2023년도 9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출제되었던 유충렬전(문제에 나온 부분 중 뒷부분은 생략함)이다.

동방이 차차 밝아 오매 마침 영릉골 관비 한 사람이 외촌에 가다가 돌아오는 길에 청수 가에 다다르니 어떤 여자가 물가에서 통곡하며 물에 빠져 죽고자 하거늘 급히 쫓아와 강 낭자를 붙들어 물가에 앉히고 이유를 물으니라. 그 후에 제집으로 가자 하나 낭자 한사코 죽으려 하거늘 관비 여러 가지로 타일러 데리고 와서 수양딸로 정한 후에 자색과 태도를 살펴보니 천상 선녀 같은지라. 이 고을 동리마다 수청을 드리면 천금의 재산이 부럽지 않으며, 만 량 가진 태수를 원하겠느냐. 만 가지로 달래어 다른 데로 못 가게 하더라.
각설. 이때에 유충렬이 강 승상의 집을 떠나서 서쪽 하늘을 바라보고 정처 없이 가며 신세를 생각하니, 속절없고 하릴없다.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산중에 들어가 삭발하고 중이 되어 훗날의 도를 닦으리라 하고 청산을 바라보고 종일토록 가더니 한 곳에 다다르더라. 앞에 큰 산이 있으되 천 개의 봉우리와 만 개의 골짜기가 하늘 높이 솟았고, 오색구름이 구리봉에 떠 있고 갖가지 화초가 만발한지라. 장차 신령한 산이라 하고 찾아 들어가니 경치가 뛰어나고 풍경이 산뜻하다. 산행육칠 리에 들리는 물소리 잔잔하고 보이는 청산은 울창한데 푸른 숲이 더위잡는다. 석양에 올라가니 수양버들의 천만 가지들은 봄바람을 못 이기어 동네 어귀에 흐늘거려 늘어지며, 푸른 대나무와 소나무는 우거진 가지에 백조 봄의 정을 다투었다. 층층이 이루어진 꽃핀 골짜기 위에는 앵무새와 공작새가 넘나들며 노는데, 푸른 하늘에 걸린 폭포가 층암절벽 치는 소리, 한산사 쇠 북소리, 객선에 이르는 듯, 하늘에 솟은 암석과 푸른 소나무 속에 있는 거동이 산수 그림 팔 간 병풍 두른 듯하니 산중에 있는 경치 어찌 다 기록하리.
봄바람이 언 듯하며 경쇠 소리 들리거늘 차츰차츰 들어가니 오색구름 속에 단청하고 휘황한 높고 거대한 누각이 즐비하여 일주문을 바라보니 황금 글자로 ‘서해 광덕산 백룡사’라 뚜렷이 붙어 있더라. 문으로 들어가니 큰스님이 한 사람 나오거늘 그중의 거동을 보니 소소한 두 눈썹은 두 눈을 덮어 있고, 백변같이 뚜렷한 귀는 두 어깨에 늘어졌으니 맑고 빼어난 골격과 은은한 정신은 평범한 중이 아닐러라. 백팔염주 육환장을 짚고 흑포장삼의 떨어진 송낙 쓰고 나오며, 유생을 보고 말하길,
“소승이 나이가 많기로 유 상공 오시는 행차에 동구 밖에 나가 맞지 못하니 소승의 무례함을 용서하옵소서.” 유생이 크게 놀라 하는 말이
“천한 인생에 팔자 기박하여 일찍 부모를 여의고 정처 없이 다니다가 우연히 이곳에 와 대사를 만나오니, 그토록 관대하시며, 소생의 성을 어찌 아나이까?”

[중략 줄거리] 충렬은 백룡사의 큰스님에게 도술을 배우고, 무기를 얻는다. 이후 정한담은 외적과 결탁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정한담이 크게 기뻐하여 옥관 도사의 말대로 약속을 정하고 며칠을 지낸 후에, 갑주를 갖추고 진영 문에 나서며 원수를 불러, “네 한갓 혈기만 믿고 우리를 대적하니 자식들이 가엾도다. 빨리 나와 자웅을 결단하라.”
이때에 원수 의기양양하여 진전에 횡행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웅성출마하고 한 번 겨루지도 않고 거의 잡게 되었더니, 적진이 또한 쟁을 쳐 거두거늘 이긴 김에 계속 쫓아가 바로 적진 선봉을 헤쳐 달려들 때, 장대에서 북소리 나며 난데없는 안개가 사면에 가득하고 적장이 간 데 없고 음산한 바람이 소소하며 차가운 눈이 흩날리니 지척을 모를러라. 가련하다, 유충렬이 적장 꾀에 빠져 함정에 들었으니 목숨이 경각이라. 원수가 크게 놀라 신화경을 펴 놓고 둔갑술로 몸을 감추고 안순법을 베풀어 진영 안을 살펴보니, 토굴을 깊이 파고 그 가운데 장창 검극은 삼대같이 벌였으며, 사해의 신장이 나열하여 독한 안개, 모진 모래를 사면으로 뿌리면서 함성 소리 크게 질러 항복하라는 소리 천지에 진동하는지라. 원수 그제야 간계에 빠진 줄 알고 신화경을 다시 펼쳐 육정육갑을 베풀어 신장을 호령하고, 풍백을 바삐 불러 구름과 안개를 쓸어버리니, 명랑한 푸른 하늘과 밝은 해가 일광주를 희롱하고 장성검은 번개되어 적진이 요란하다. 적진을 살펴보니 무수한 군졸이며 진영에 모든 복병이 둘러싸서 백만 겹을 에웠는데, 장대에서 북을 치며 군사를 재촉하거늘, 원수가 분노하여 일광주를 다시 만져 용린갑을 다스리고 천사마를 채찍질하여 좌우의 진영 안에서 호통하며 좌충우돌 횡행할 때, 호통 소리 지나는 곳에 번갯불이 일어나며 번갯불이 일어나는 곳에 뇌성벽력이 진동하니 군사와 장수가 넋을 잃고 모든 장수 귀가 먹고 눈이 어두워 제 군사를 제가 모른다. 서로 밝혀 분주할 때, 장성검은 동쪽 하늘에 번듯하며 오랑캐 적이 쓰러지고 서쪽 하늘에 번듯하여 전후 군사 다 죽으니 추풍낙엽 볼 만하며, 무릉도원에 붉은 물이 흐르나니 핏물이라.(하략) - 작자 미상, 「유충렬전」


다음은 2020년도 3월 고2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출제되었던 소대성전(문제에 나온 부분 중 뒷부분은 생략함)이다.


이때 원수 장안으로 가 호왕을 찾으니 호왕은 없고 겸한이 삼군을 거느려 왔거늘 원수 분노하여 겸한을 한칼에 베고 제군에게 하령하기를, 호왕이 또한 계책을 생각하고 대장 겸한을 불러 말하기를,
“철기 일만을 거느리고 중국 도성에 들어가 성중을 엄살하면 응당 구완병을 청할 것이니 대성을 치운 후에 명제를 사로잡아 대군을 합세하여 대성을 없애리라.” 하니 겸한이 군을 거느려 장안으로 가니라.
이때 원수가 적진을 대하여 진욕을 무수히 하되 호왕이 끝내 나오지 아니하거늘 원수 천자께 아뢰되, “호왕이 소장의 살아남을 꺼려 접전치 아니하니 대군을 합세하여 짓밟고자 하나이다.”
상이 말하기를,
“호왕이 무슨 비계 있는가 싶으니 잠깐 기다리라.” 할 차에 원문 밖에서 기별이 왔으되 무수한 오랑캐 장안을 범하여 사직이 조모에 있다 하거늘 상이 놀라 원수를 불러 말하기를,
“이놈이 여러 날 나지 아니하매 고이하게 여겼더니 장안을 범하였도다. 이제 호왕을 당적할 장수 없으니 이제 경이 가서 사직을 받들고 동군을 구완하여 잔명을 보존케 하라.”
하시니 원수 총망 중에 하직하고 일진 명마를 거느려 장안을 향하니라.
이때에 호장 체탐이 호왕께 고하되, 대성이 장안에 갔다 하거늘 호왕이 크게 기뻐하여 철기 삼천을 거느려 그날 밤 삼경에 명진에 다다르니 일진이 고요하여 인마 다 잠을 들었는지라 고함하며 지쳐 엄살하니 명진이 불의에 난을 만나매 제장 군졸의 머리 추풍낙엽일네라 뉘 능히 당하리요?
이때 명진 천자가 중군에서 취침하여 계시다가 함성소리 천지진동하거늘 놀라 장 밖에 나와 보니 화광이 충천한 가운데 일원 대장이 크게 외쳐 말하기를,
“명제 어디 있느냐?” 하며 달려 들어오니 본즉 이는 곧 호왕이라.
상이 대경하여 제장을 부르니 제장 군졸이 다 흩어지고 없는지라 다만 삼장을 겨우 찾아 일지병을 거느려 북문으로 달아나더니 날이 이미 밝으며 황강 강가에 다다르니 강촌 백성이 난을 피할 길이 없는지라. 상이 삼장을 돌아보아 가라사대,
“좌우에 태산 막혀 있고 앞에 황강이 있어 건널 길이 없고 호왕의 추병은 급하였으니 그 가운데 있어 어디로 가리요? 삼장은 힘을 다하여 뒤를 막으라.” 하시니 삼장과 군사가 말 머리를 돌려 호적을 대하여 마음을 둘 곳이 없더니 호왕이 달려와 삼장과 군사를 다 죽이고 명제는 함정에 든 범이라 어찌 망극지 아니하리요? 명제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여 말하기를,
“죽기는 서럽지 아니하되 사직이 오늘날 내게 와 망할 줄 알리요. 황천에 들어간들 태종 황제께 하면목으로 뵈오리요?” 하시고 슬피 울으실 새 호왕이 황제 탄 말을 찔러 거꾸러치니 상이 땅에 떨어지거늘 호왕이 창으로 상의 가슴을 겨누며 꾸짖어 말하기를, “죽기를 서러워하거든 항서를 써 올리라.” 상이 총망 중에 대답하되, “지필이 없으니 무엇으로 항서를 쓰리요?”
호왕이 크게 소리하여 말하기를, “목숨을 아낄진대 용포를 떼고 손가락을 깨물라.”하니
“차마 아파 못할네라.” 소리 나는 줄 모르고 통곡하시니 용의 울음소리가 구천에 사무치는지라 하늘이 어찌 무심하리요? 이때 원수 장안으로 가 호왕을 찾으니 호왕은 없고 겸한이 삼군을 거느려 왔거늘 원수 분노하여 겸한을 한칼에 베고 제군에게 하령하기를, “이제 호왕이 나를 치우고 우리 대군을 범하고자 함이니 나는 필마로 가서 대군을 급히 구완할 것이니 제군은 따라오라.” 하고 달려가니 빠르기 풍우 같은지라. (하략) - 소대성전

‘유충렬전’을 읽은 후 ‘소대성전’을 연결해 읽으면 보는 안목이 달라진다(깊어진다). 역시 반원의 공식을 써서 구조화하면 아래와 같다.

두 소설은 모두 주인공이 난세의 영웅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들의 영웅적 모습은 ‘유충렬전’에서는 유충렬이 ‘천사마를 채찍질하여 좌우의 진영 안에서 호통하며 좌충우돌 횡행할 때, 호통 소리 지나는 곳에 번갯불이 일어나며 번갯불이 일어나는 곳에 뇌성벽력이 진동하니’부분에서, ‘소대성전’에서는 소대성이‘달려가니 빠르기 풍우 같은’부분에서 잘 나타난다. 유충렬은 적대적 인물인 정한담과 같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신이한 능력을 드러내며 싸우고, 소대성은 인간의 범주에서 최대치를 끌어올리며, 용맹하게 싸운다. 그러니까 유충렬이 말을 타고 지나가는 곳에는 실제 ‘번갯불’과 ‘뇌성벽력’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소대성은 실제 ‘풍우’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풍우 같은’ 빠르기로 달려간다. 그러니까 이들과 대적하는 각각의 B는 정당한 방법으로 이들과 싸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마다의 술책을 쓰게 된다. 이것에 착안하여 이들의 ‘영웅’적 면모가 잘 나타날 수 있게 아래와 같이 두 개의 제시문을 편집하여 출제한다. 또한 작품의 전모가 잘 나타날 수 있도록 일부러 유사한 흐름으로 ‘앞부분의 줄거리’를 삽입한다. 출제한 문제 중 13번 문제는 두 작품을 만나게 할 때, 주인공 A의 영웅성을 나타내는 요소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같이 풀어 보자.


[11∼13, 논술형 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앞부분의 줄거리] 중국 명나라의 개국공신 유심은 늦도록 후사를 보지 못하다가, 부인과 남악산에서 치성을 드린 뒤 아들을 낳고 이름을 충렬이라 짓는다. 충렬은 자라면서 문무에 두루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그러나 간신인 정한담 등의 간계로 유심은 유배길에 오르게 되고, 충렬은 부모를 잃고 유리걸식하게 된다. 강 승상이 충렬을 우연히 보고, 그의 기상이 남다름을 알아채, 사위로 집에 들인다. 충렬의 사연을 듣고 천자에게 상소를 올린 강 승상은 되려 정한담의 모함을 받고, 다시 혼자가 된 충렬은 백룡사의 큰스님께 도술을 배우며 무기를 얻는다. 이후 정한담은 외적과 결탁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충렬은 전장에 나가 활약한다.

정한담이 크게 기뻐하여 옥관 도사의 말대로 약속을 정하고 며칠을 지낸 후에, 갑주를 갖추고 진영 문에 나서며 원수를 불러, “네 한갓 혈기만 믿고 우리를 대적하니 자식들이 가엾도다. 빨리 나와 자웅을 결단하라.”
이때에 원수 의기양양하여 진전에 횡행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웅성출마하고 한 번 겨루지도 않고 거의 잡게 되었더니, 적진이 또한 쟁을 쳐 거두거늘 이긴 김에 계속 쫓아가 바로 적진 선봉을 헤쳐 달려들 때, 장대에서 북소리 나며 난데없는 안개가 사면에 가득하고 적장이 간 데 없고 음산한 바람이 소소하며 차가운 눈이 흩날리니 지척을 모를러라. 가련하다, 유충렬이 적장 꾀에 빠져 함정에 들었으니 목숨이 경각이라. 원수가 크게 놀라 신화경을 펴 놓고 둔갑술로 몸을 감추고 안순법을 베풀어 진영 안을 살펴보니, 토굴을 깊이 파고 그 가운데 장창 검극은 삼대같이 벌였으며, 사해의 신장이 나열하여 독한 안개, 모진 모래를 사면으로 뿌리면서 함성 소리 크게 질러 항복하라는 소리 천지에 진동하는지라. 원수 그제야 ㉠간계에 빠진 줄 알고 신화경을 다시 펼쳐 육정육갑을 베풀어 신장을 호령하고, 풍백을 바삐 불러 구름과 안개를 쓸어버리니, 명랑한 푸른 하늘과 밝은 해가 일광주를 희롱하고 장성검은 번개되어 적진이 요란하다. 적진을 살펴보니 무수한 군졸이며 진영에 모든 복병이 둘러싸서 백만 겹을 에웠는데, 장대에서 북을 치며 군사를 재촉하거늘, 원수가 분노하여 일광주를 다시 만져 용린갑을 다스리고 천사마를 채찍질하여 좌우의 진영 안에서 호통하며 좌충우돌 횡행할 때, 호통 소리 지나는 곳에 번갯불이 일어나며 번갯불이 일어나는 곳에 뇌성벽력이 진동하니 군사와 장수가 넋을 잃고 모든 장수 귀가 먹고 눈이 어두워 제 군사를 제가 모른다. 서로 밝혀 분주할 때, 장성검은 동쪽 하늘에 번듯하며 오랑캐 적이 쓰러지고 서쪽 하늘에 번듯하여 전후 군사 다 죽으니 추풍낙엽 볼 만하며, 무릉도원에 붉은 물이 흐르나니 핏물이라.(지면 관계상 하략) - 작자 미상, 「유충렬전」

(나)
[앞부분의 줄거리] 명나라 병부상서인 소량은 청룡사에 시주하고 어렵게 아들을 얻은 뒤 이름을 대성이라 짓는다. 대성은 원래 동해 용왕의 아들로, 어려서부터 비범하였으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구걸하며 힘겹게 살아간다. 대성은 낙향한 이 승상의 눈에 띄어 그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평소 대성의 인물됨을 눈여겨보던 이 승상은 대성과 막내딸 채봉을 혼인시키려고 했지만 갑자기 죽게 되어 혼인은 무산된다. 대성은 남은 가족들에게 고난을 겪고 집을 나와 청룡사에서 병법과 무술을 연마한다. 세월이 흘러 대성은 천문을 보고 오랑캐의 침입을 예상하고, 한 노승으로부터 보검을, 이 승상의 혼령으로부터는 갑옷을, 또 다른 노인으로부터는 말을 얻어 전장에 나가 활약한다.

호왕이 또한 ㉡계책을 생각하고 대장 겸한을 불러 말하기를,
“철기 일만을 거느리고 중국 도성에 들어가 성중을 엄살하면 응당 구완병을 청할 것이니 대성을 치운 후에 명제를 사로잡아 대군을 합세하여 대성을 없애리라.” 하니 겸한이 군을 거느려 장안으로 가니라. 이때 원수가 적진을 대하여 진욕을 무수히 하되 호왕이 끝내 나오지 아니하거늘 원수 천자께 아뢰되, “호왕이 소장의 살아남을 꺼려 접전치 아니하니 대군을 합세하여 짓밟고자 하나이다.”
상이 말하기를, (지면 관계상 하략) - 작자 미상, 「소대성전」


13. ㉠(간계)과 ㉡(계책)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과 ㉡의 진의를 각각의 주인공이 파악할 때, ㉠에 빠진 주인공은 ㉡에서와 달리 초월적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② ㉡은 ㉠과 달리 주인공을 조정의 위기를 보여주는 다른 곳으로 유인하며 이루어진다.

③ ㉠과 ㉡의 상황에 주인공이 이르게 된 것은 ㉠의 상황에서는 주인공의 단독 판단이, ㉡에서는 타인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④ ㉠과 ㉡은 모두 주인공의 적대자가 신이한 능력을 갖춘, 초월적 대상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⑤ ㉠과 ㉡은 모두 주인공의 적대자가 주인공의 용맹함에 대적하기 위해 내놓은 묘책이다.

(⑤가 적절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출제한 문제이다.)


물론 더 고급스럽게, 양질의 문제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논술형으로 출제해야 한다. 객관식은 ㉠과 ㉡에 밑줄을 쳤지만, 논술형에서는 주인공의 특징을 부각할 수 있게, 그와 싸우는 적대적 인물의 싸움 방식을 발견하게 하고, 그것의 차이점 또한 서술하게 할 수 있다.

학기 말에 생활기록부 과목별 세부능력 특기사항을 위해 발표한 학생 중에 하루 만에 발표 거리를 풍성하게 준비해 온 학생이 있었다. 외국 소설과 공부 시간에 학습한 윤동주의 시를 비교, 분석한 발표였다. 놀라움을 표현하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한지 물어봤더니 중학교 때 읽은 외국 소설이 윤동주의 시를 배울 때 떠올랐다는 거다. 그동안 머릿속에 구상한 톺다(탐구)가 있었기에, 빠른 시간에 구체화, 구조화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실 소설, 그것도 외국 소설과 우리나라 시를 만나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영웅 소설의 맥락으로 작품들을 연달아 수업하고 (가), (나) 제시문으로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다. 학생은 겸손하게 말했지만, 추측하건대 이미 알고 있었던 과거의 작품(외국 소설)에 대해 학생이 온전하게 이해했기에, 그 작품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앎이 비교적 수월하게 생성됐을 거로 생각한다. 이른바 ‘아름다운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학생들은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 배우면, 한숨부터 쉰다. 아, 배운 게 계속 쌓이니, 시험 범위가 넓어지고, 공부하기 어려워지겠네. 물론 공부해야 하는 양이 많아진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무질서하게 산재해 있지 않고, 조직적으로 결합하게 해야 한다. 마치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가운데, 하나의 옷이 튼튼하게 완성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전의 배움은 절대 무의미하게 흩어지지 않는다. 우리 머릿속에 하나의 덩어리 지식으로 남아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시험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읽을 때는 그렇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고 저 아래, 무의식의 심연에 이전의 지식 덩어리를 놓아도 되지만 국어책처럼, 시험 범위가 되는 글에 대해서는 계속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어야 한다. 다시 한번 반원의 공식을 환기하면! A는 B가 있어야 의미가 온전히 구현된다는 것이다. 씨실 혼자서는 옷을 만들 수가 없다. 날실이 교차해야 실(단어)들이 문장, 단락, 구성, 글을 만들어 가며 의미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출제 팁인데 학교에서 국어 내신 시험 문제 만들 때, 워낙 시간이 많이 소요되다 보니 평소 수업할 때 머릿속으로 계속 작품들을 결합해서 비교 분석해 보곤 한다. 그리고 공동 출제하는 교사에게 머릿속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흔히 결합할 수 있는 조합의 작품들로부터, 상대적으로 의외의 결합을 보이는 작품들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장단점이 있는데, 쉬운 결합의 작품들은 공통점이 가시적으로 보이는 만큼, 출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창의적 발상이 힘들다. 의외의 결합을 보이는 작품들은 공통점이 잘 보이지 않아서 출제 시간이 걸리지만, 창의적 발상을 할 수 있어 도전하는 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전에 인상적인 미팅 장면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다. 남녀 대학생들이 일일 찻집에서 처음 만나 단체 미팅을 하고 있었다. 5명씩 앉아 있었나? 나란히 앉은 남녀들이 서로 돌아가며 자기 소개하기 전에 주문처럼 손뼉 치며 하는 말이 있었다. 그 당시 유행어인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신선한 시작이었다. “잘 됐으면 좋겠다. 이미 잘 된 것 같아.” 이 말이 너무 예뻐서 담임을 맡고 있던 반 학생들에게 조회 시간마다 손뼉 치며 외치게 했다. 담임 교사의 지나친 열성 때문에, 지친 아침 시간마다 따라서 구호를 외치던 반 학생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여러분은 만약 좋은 사람을 만날 것만 같은 미팅 약속의 날, 어떤 마음이 드는지? 마음이 두근두근하며 요동치고, 두 뺨이 발그레 행복해지지 않는가. 한 책, 한 책을 만날 때 그렇게 만남을 이어간다면, 여러분의 정신이 발그레, 팔딱팔딱, 심장처럼 뛰게 될 것이다. 어제와 분명 같은 날이나, 어제보다 오늘이 분명 더 좋을 것이다. 그것이 내가 본 영화, ‘퍼펙트 데이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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