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방은 세탁기가 놓여있는 세탁실과 연결된 아담하고 소박하고 J에게는 아늑한 공간이다. 싱글침대가 놓여있고, 침대 옆으로 옷을 5벌 정도 걸 수 있는 행어 하나와 작은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는 J의 방은 흐트러짐 없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J는 아침에 눈을 뜨면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와 이불을 정리하고, 매일 듣는 라디오방송을 켠다. J는 일상이 똑같이 반복되는 것을 좋아한다. 뭘 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정해진 대로 움직이면 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없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아침 7시는 J가 즐겨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시간이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아내가 일어나서 나오면 바로 마실 수 있는 따뜻한 물 한잔과 아침밥을 차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출근하는 아내의 손에 들려 보낼 도시락을 싼다. 다행히 아내는 입맛이 까다롭지 않고, 늘 똑같은 메뉴를 싸줘도 맛있게 먹는다. 요즘 입맛이 너무 좋아서 뭘 먹어도 맛있고 배가 부른데도 더 먹고 싶어서 살이 너무 찌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아내에게 J는 살이 찌면 어떠냐고 면박을 주면서도 은근히 뿌듯해지는 기분이 싫지 않다.
오늘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계란말이밥을 만들었다. 햄을 넣고 볶은밥을 계란 위에 깔고 둘둘 말아서 한입 크기로 썰어보았다. J는 음식을 만드는 일에 꽤나 창의적이다. 그냥 저절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저녁에 퇴근하는 아내에게 “오늘 도시락 어땠어?” 하고 묻자, “맛있었어, 그리고 먹기가 편해서 좋더라.”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J는 늘 그렇듯이 설거지를 마치고 거실의 불을 끄고 방으로 돌아와 침대 위에 올라앉아 잠들기 전까지 노트북으로 즐겨보는 유튜브를 보며 평온하게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