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포르투갈 체리마을의 체리축제

포르투갈 시골마을 여행 - 푼당

by 헤나따

스페인이나 프랑스를 여행하고 곧이어 포르투갈로 온 여행객들은 포르투갈의 유서깊은 유적지나 건축 양식들이 좀 소박해보일 수 있다. 포르투갈에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XX'는 많아도 '세상에서 가장 큰 XX'는 거의 없다. 규모나 크기, 세련됨, 웅장함에 있어서는 기대하는 바와 다를 수 있지만 포르투갈의 매력은 오히려 그런 소박함과 아기자기함에 있다. 지방 곳곳 어디든 '거기 가면 꼭 먹어야 하는 디저트'가 있는 귀여운 나라, 거리를 걷다 문득 건물 위를 올려다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테라스 밖에 몸통을 내밀고 세상 구경을 하는 귀여운 나라. 때론 모든 것이 느리고 답답해서 화딱지도 나지만, 그만큼 나의 느긋함도 포용받는 나라.


이 귀여운 나라에는 아주 귀여운 지역 축제가 있다. 이스트렐라 산맥 근처에 위치한 푼당(Fundão)이라는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체리 축제이다. 보통 매해 6월 중순에 열리는 이 축제에는 전국 각지에서 체리를 사러 사람들이 모인다. 포르투갈의 귀여움 중 하나는 맛있는 음식이라면 아무리 멀고 아무리 오래 줄을 서도 먹고야 마는 음식에 대한 진심이다.



거리는 이렇게 체리로 장식되어 있다. 최첨단 기술과 타고난 손재주로 세련되게 도시를 장식하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눈에는 조금 조악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돌로 지은 건물로 빨간 체리 장식이 촌스러우면서도 그 나름의 멋이 있다. 입구부터 마을 어귀까지 농민들이 직접 수확한 체리를 박스 채 판다. 정확한 가격은 지금 생각이 안나지만, 안그래도 포르투갈은 과일이나 채소 물가가 싼 편인데 산지에서 직접 사니 더 저렴하다.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오동통하고 검붉은 체리는 신맛보다는 단맛이 훨씬 강하다. 그동안 생크림 케익 위에 올라간 통조림 체리를 체리로 알고 살아 온 것이 허망할 정도의 맛이다.




가게들은 체리 아이스크림이나, 체리로 만든 술, 체리 빵 등 가공식품을 팔기도 한다. 이 아이스크림은 셔벗으로, 아싸이와 비슷한 질감이었다. 역시나 가게 안 장식도 체리 식탁보. 체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축제인만큼, 노래를 부르는 대학생 튜나(포르투갈 전통 대학밴드)와 악기를 연주하는 공연팀도 있었다.



포르투갈은 어느 곳을 가도 이렇게 돌을 깍아 보도블럭을 만들어 두었는데, 이를 '깔사다(Calçada)'라고 한다. 푼당에는 특산물이 체리 모양으로 깔사다가 만들어져 있다. 이것 역시 포르투갈의 귀여움 한 스푼. 깔사다는 포르투갈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정식 명칙은 '깔사다 포르투게자(Calçada Portuguesa)'. 브라질, 마카오, 앙골라, 모잠비크 등 포르투갈의 식민통치를 받았던 곳에서도 볼 수 있다.



축제를 즐기고 주차장으로 돌아와보니 푼당은 이런 멋진 곳이었다. 굽이굽이 산맥 안에 위치한 소박한 농민들이 사는 동네. 이 조용한 동네도 일년에 한 번쯤은 체리 축제로 시끌시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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