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포르투갈 고성의 노을

포르투갈 시골마을 여행 - 몬사라즈

by 헤나따

포르투갈은 노을이 유난히 예쁘다. 특히 내가 살던 방은 서향이어서 날마다 노을을 구경하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였다. 높은 건물이 많이 없기도 하고 공기가 맑아서 그런지, 아니면 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나라여서 그런지(과학적 근거 잘 모름... 저 문과에요) 한국에도 노을은 있지만 포르투갈은 노을이 훨씬 자주 예쁜 것 같다.


당시 장거리 연애 중이던 애인은 하늘 마니아였다. 그의 사진첩은 기르는 개와 파란 하늘 사진으로 채워져있었다. 오직 나를 만나기위해 이 먼 나라까지 와서 금쪽같은 휴가를 썼다. 포르투갈의 하늘은 낮에도 예쁘지만, 유난히 애인과는 노을을 자주 보러 갔던 것 같다. 포르투 도우루 강변에서 본 노을, 신트라 해변가에서 본 노을, 리브손 테쥬 강변에서 본 노을 모두 아름다웠지만, 포르투갈 몬사라즈에서 본 노을은 정말 장관이었다.


일 때문에 또는 친구들과 여행으로 몇번 포르투갈의 중세마을을 갔다온 나는, 애인에게도 이 고즈넉한 마을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애인은 내가 자주 갔던 곳 말고, 이번 기회에 나도 새로 가보는 곳으로 가자고 배려해주었다. 차를 렌트해서 에보라에 들렀다가 근처에 있는 몬사라즈(Monsaraz)에 가보기로 했다. 리스본에서 에보라로 달리는 길은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웠다.




에보라에서 점심을 먹고 시내 구경을 간단히 한 다음 몬사라즈로 향했다. 앞서 소개한 고성들처럼 포르투갈과 스페인 국경에 있는 고성 마을이다. 포르투갈 지명에 '몬'이 들어가면 산지라고 보면 된다. 주차장에 도착하자 전화 신호가 안 잡혔다. GPS가 스페인 땅으로 인식했나보다.



오후의 낮은 태양을 받아 몬사라즈 성의 돌담들이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포르투갈의 오래된 마을에 가면 편암(Shist)을 벽독처럼 깍아 집을 지은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집 짓는데 뿐 아니라 전통적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곳에서도 이 편암을 이용해 농작지 간 울타리를 만들기도 한다. 몬사라즈가 위치해 있는 알렌테쥬 지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전라도 정도의 행적구역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유명하고, 여름에는 덥기로도 유명하며, 포도와 와인으로 유명하다. 여유가 된다면 근처 와이너리를 방문해보는 것도 좋다.



12세기, 이 곳에서 템플기사단이 이슬람 무어족을 물치리고 다시 포르투갈의 영토로 되찾았다. 이후 포르투갈 제 2왕조 수립에 혁혁한 공을 세운 누누 알바르스 페레이라에게 이 성이 공작령으로 수여된다. 주변에 흐르는 과디아나 강과 알케바 호수 덕분에 와인과 풍부한 농작물을 비축할 수 있는 비옥한 땅이다. 지금도 성곽 안의 상점에는 개인 포도농장에서 재배하고 만든 와인을 파는 작은 상점들이 있다.


지금은 폐허가 된 성곽을 따라 구석구석 걷다보면 멀리 알케바 댐과 알렌테쥬의 비옥한 땅, 저 멀리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헷갈릴만큼 푸르게 보이는 스페인 땅이 보인다.




주변이 워낙 고요한 시골마을이라 사방으로 탁트인 노을을 볼 수 있다. 노을은 해가 지는 서향으로도 예쁘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지는 해가 반사되는 빛도 예쁘다. 땅거미가 완전히 지고 나면 별도 쏟아질 듯 많이 보일 것 같다.


지금은 남편이 된 당시의 애인과 같은 집에서 노을을 본다. 각자 방에서 일을 하다가 한 사람이 먼저 노을을 발견하면, "와! 오늘 노을 진짜 예쁘다!"하고 상대에게 알려주는 것이 우리 부부의 암묵적 규칙이다.

keyword
이전 27화산골 마을에서 새로운 대륙을 꿈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