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마을 여행 - 벨몬트
이스트렐라 산맥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브라질 국기가 꽂혀있는 성이 나온다. 벨몬트(Belmonte)라는 작은 중세마을에 있는 성이다. 이 첩첩산중 포르투갈 산골 마을에 포르투갈 국기도 아닌 브라질 국기라니. '전쟁의 산'이라는 마을 이름의 기원처럼 전쟁과 관련있는 것일까? 국경을 두고 옆나라 스페인과 지난한 전쟁을 벌이긴 했지만, 브라질 국기는 그런 것은 아니고 바로 이곳이 브라질을 발견한 포르투갈의 탐험가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Pedro Álvares Cabral)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바스쿠다가마(Vasco da Gama)나 영어식 이름인 마젤란으로 더 유명한 마걀량이스(Magalhães) 정도가 알려져 있지만, 또 한 명의 중요한 포르투갈 탐험가가 있다. 브라질을 발견한 페드루 카브랄이다. 벨몬트 성 근처에는 "발견 박물관"(Museu dos Descobrimentos)이 있는데, 이곳에 카브랄의 생애와 브라질 발견과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자세히 전시해 두었고, 희귀자료인 카브랄의 친필 문서 등도 보관되어 있다.
박물관 자체는 3D기술 등을 활용하여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등, 현대 기술을 사용하여 잘 만들어졌다. 그러나 포르투갈 내부에서도 "발견 박물관"이라는 명칭에 대해 말이 많았다. 포르투갈인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던 땅인데, "발견"이라는 용어가 너무 포르투갈인 중심적이지 않냐는 비판이다. 박물관도 이런 비판을 의식했는지, 카브랄의 탐험을 마냥 미화하지는 않는다. 그의 업적을 기리되, 그로 인해 후세까지 이어진 노예무역 등의 문제들을 비디오아트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이곳은 16세기의 주요 유대인 피신처이기도 했다. 당시 이베리아 반도 내에는 독일과 네덜란드 등에서 불어오는 종교개혁의 역풍으로 가톨릭 정화 운동이 일어났다. 그 운동의 일환으로 이베리아 반도 내 유대인들을 강제로 가톨릭교로 개종시키거나 박해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그 때문에 스피노자의 부모도 스페인에서 박해를 피해 포르투갈로 잠시 거처를 옮기기도 한다. (포르투갈에서도 곧 박해가 심해져 다시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 이 때 많은 유대계 포르투갈인들이 유대식의 성씨를 버리고 포르투갈 식으로 성씨를 개명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름으로 성을 바꾼다. 지금도 흔한 성씨인 Carvalho 역시 '상수리나무'라는 뜻이다. 포르투갈 정부는 현재 공식적으로 16세기에 일어난 유대인 박해를 사과했다. 그리고 벨몬트에는 이를 기억하기 위해 유대인 박물관이 있다.
위에서 벨몬트의 기원이 '전쟁의 산'이라고 했지만, 이에도 이견이 있다.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도 된다는 것이다. 마누엘리누 양식을 사용해 화려하게 지어진 성에서는 이스트렐라 산맥이 내려다보인다. 스페인과의 전쟁, 브라질 '발견', 유대인 박해 등등 이 작고 오래된 마을에 포르투갈의 가슴 아픈 역사가 다 들어있지만, 먼 미래에서 온 나로서는 산바람 맞으며 성 위에 오르니 이래도 되나 싶게 아름다워 보였다. 아마 그것이 여행자의 특권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