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마을 여행 - 마르방
포르투갈의 산지는 주로 스페인과의 국경을 따라 있다. 국경지대에 산들이 있다보니, 그 산 위에는 전쟁을 위한 요새와 성이 있다. 포르투갈 남부인 알렌테쥬 지역에도 상마메드(São Mamede) 산지가 있다. 이 산의 가장 높은 꼭대기에 마르방(Marvão)이라는 평화로운 마을이 있다. 지대가 높다보니 겨울에 포르투갈에서 눈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눈이 내리지만 여름에는 반대로 날씨가 유난히 더워 자연산불이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내가 마르방을 방문한 날도 산불이 나 산 비탈 곳곳에 소방차가 비치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목적지인 포우자다(Pousada)와 성곽 지대에는 산불 피해가 없었다.
포우자다(Pousada)란 역사적 유적지인 성, 수도원 등을 호텔로 개조한 숙소이다. 페스타나(Pestana) 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다. 리스본 시내에는 꼬메르시우 광장에도 있고, 앞서 소개한 기마랑이스(Guimarães), 에보라(Évora) 등 전국에 있다. 지방으로 가면 1박에 100유로 이하의 가격(2021년 기준)에 고즈넉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마르방에 있는 포우자다는 역사적 전통을 가진 건물이기 때문에 다소 내부 시설이 오래된 점은 있지만, 특히 지대가 높아 창문 너머로는 스페인까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일품이다.
여담을 좀 하자면 포우자다에서의 기억이 너무 좋아 포르투갈을 여행하는 외삼촌 가족에게도 이런 곳을 추천했다. 리스본, 신트라 지역에도 포우자다가 많지만 아무래도 시내 중심가다 보니 가격이 좀 비쌌다. 대안으로 찾은 곳은 오랜 수도원을 개조한 호텔이었다. 중학색,초등학생인 사촌동생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예약을 해주었다. 문제는, 너무 오래된 수도원이다 보니 분위기가 으스스했다. 호텔 내부에 벽마다 고전적인 초상화가 여러개 걸려 있었는데, 밤이 되니 그 초상화들이 더 무서워보였다는 사실...
포우자다에서 마르방 성까지 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다. 자연산불이 발생한 정도의 더운 여름이었지만 이른 아침 일찍 나서니 공기가 꽤 상쾌했다. 마을에는 포우자다 외에도 호텔과 에어비앤비, 작은 식당을 겸하는 카페가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다만 골목이 너무 좁아 큰 버스는 올라오지 못한다. 아래에 차를 세우고 짐을 들고 올라와야 한다. 오래되어 보이는 돌바닥은 막상 오래 걸으면 발이 아프지만, 사진으로 보기엔 운치를 더한다.
성 앞에는 크진 않지만 예쁘게 정돈된 정원도 있었다. 포르투갈은 한국과 위도는 비슷하지만 한국에서 피는 꽃이나 자라는 나무가 참 다르다. 저 분홍 꽃나무도 한국의 배롱나무와 닮은 듯 달랐다. 마르방은 중세시대부터 로마인, 이슬람인, 스페인인(카스티야인), 포르투갈인 등 다양한 인종,문화의 사람들이 거처로 삼았던 곳이다.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도 그 때마다 스페인이나 프랑스 등 강대국에 잡아 먹히지 않고 자신의 나라를 지켜온 정신도 한국과 닮아 있다.
마르방은 다른 중세도시들과는 다르게 리스본에서 직행으로 갈 수 있는 버스가 있다. 다른 마을들은 운전을 직접 하지 않으면 찾아가기 힘들지만, 리스본에서 하루 한대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4시간 달리면 곧장 마르방에 도착한다. 차를 렌트하지 않고 포르투갈의 고성마을을 여행하고 싶다면, 리스본에서 출발해 1박 정도 묵고 다음날 역시 하루 한 대 운영하는 리스본행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여행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