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 여행 - 부사쿠
포르투갈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이 찾는 리스본 벨렝의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17세기 포르투갈 항해 사업으로 발전된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당시로는 현재의 화성에 견줄 만한 말 그대로 '신세계'였던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와 교류하며 그곳에서 보고 배운 새롭고 신선한 감각들은 작은 유럽땅 위에 재현한 것이 제로니무스 수도원이다. 창문 창살은 마치 야자수처럼 만들어두었고, 건물 곳곳에 이국적인 식물과 동물로 장식해두었다. 당대로써는 최신식 문물이었던 둥근 지구의 상징인 혼천의, 항해 기술의 상징인 밧줄 등을 가미해 포르투갈만의 건축 양식인 마누엘리누 양식을 완성시켰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이 대서양과 테쥬강이 만나는 지점을 배경으로 한 17세기 포르투갈 부귀영화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라면, 19세기에 바다가 아닌 숲을 배경으로 한 또 하나의 랜드마크 기획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부사쿠 성이다. 이 성은 부사쿠 산 안에 위치해 있는데, 부사쿠 산에는 비메이루(Vimeiro), 루주(Luso) 등 식당에서나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생수 이름과 똑같은 마을들이 많다. 이 상표들이 수원지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다.
제로니무스 수도원을 연상시키는 마누엘리누 양식, 포르투갈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한 아줄레주 장식 등 포르투갈 문화의 정수를 고스란히 옮겨온 이 성은, 안타깝게도 그 거창한 기획을 실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전쟁의 처참한 격전지가 된다. 나폴레옹 군대가 이베리아 반도까지 내려오면서 포르투갈인들은 영국 지원군과 함께 현지 지형을 활용한 게릴라전을 펼친다. 부사쿠 산도 전략적 게릴라전의 한 장소였다. 부사쿠 성 뿐 아니라 포르투갈 유적지 곳곳에 나폴레옹 군대가 약탈하고 망가뜨린 흔적들이 남아있다. 부사쿠 성 근처에는 당시 전쟁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전쟁박물관이 있다.
현재는 관광지이자 성 내부의 일부를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성 내부의 아줄레주와 화려한 장식들도 볼 만 하지만 외부의 넓은 정원도 구경거리다. 정원과 자연의 경계가 모호한 것이 이 성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천연 폭포와 인공호수가 어우러지고, 야자수의 형상을 딴 회랑의 장식와 그 회랑 사이로 보이는 높은 침엽수가 장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