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아몬드 꽃 피는 마을

포르투갈 시골마을 여행 - 포즈 코아

by 헤나따

고흐의 <아몬드 나무> 그림을 보았을 때, '아몬드 나무'를 실제로 본 적이 없어서 제목이 와닿지 않았다. 그냥 민트색 배경에 벚꽃 나무 비슷한게 그려져있다고만 생각했다. 포르투갈에 와서야 아몬드 나무를 실물로 보게 되었다. 리스본 시내에도 몇 그루 심겨 있지만, 아몬드 나무로 유명한 마을이 있었다. 북부에 있는 포즈코아(Foz Côa)라는 곳이다.


이 마을의 아몬드 나무에는 전설이 있다. 유럽 북부의 나라에서 포르투갈로 시집 온 공주가 아무리 남편이 사랑을 쏟아줘도 향수병 때문에 시름시름 앓았다고 한다. 아내에 대한 사랑이 지극정성이던 남편은 아내를 기쁘게 해줄 요량으로, 그녀의 고향에서 볼 수 있는 하얀 눈과 비슷한 아몬드 꽃을 보여주려 아몬드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여의도의 으리으리한 벚꽃 가로수길에 익숙한 우리에겐 포르투갈의 아몬드 나무 거리가 다소 소박해 보일 수 있다. 포르투갈에선 모든 것이 생각보다 소박하다. 그런데 그 소박함이 포르투갈의 매력이다. 아몬드 마을 역시 인구 3,300명의 아주 작은 도시이다. (인구는 적어도 엄연히 '시'이다.)


이 마을에 유명한 것은 아몬드 나무 뿐이 아니다. 구석기 시대에 인류가 남긴 암각화 유적지로도 유명하다. 당시 인간들이 사냥을 마치거나 큰 행사를 마치고 그 기록을 바위에 그림으로 남겼다. 암각화 양과 역사적 가치가 어마어마하여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80여군데에 천개 이상의 그림이 남겨져 있으며, 관람객은 반드시 예약을 통해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관람해야 한다. 암각화를 잘 보기 위해 그림자 방향 등을 고려하여 시간대 별로 볼 수 있는 구역이 나뉘어져 있다. 주로 사냥한 동물들을 그려놓았는데, 재밌는 것은 동물들의 실제 크기로 그린 것이 아니라, 그 동물의 중요도에 따라 크기를 달리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독 사냥이 어려웠던 동물이나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은 동물은 실제 크기보다 크게 그려져있다. 또 나름의 애니메이션 효과도 볼 수 있다. 동물의 움직임을 만화 기법처럼 여려 레이어로 표현해두었다. 고대 인간들이 어떻게 자연을 인식하고 활용하였는지 볼 수 있는 귀중한 유적이다. 포즈 코아는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지역인데, 다른 지역보다도 평균 기온이 2-3도 정도 높다. 구석기 시대의 인간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정착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스크린샷 2021-09-27 오후 1.05.24.png 사진 출퍼 : https://arte-coa.pt/ 포즈코아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댐으로 이 일대를 메꾸려하는 개발계획에 맞써 많은 시민들이 시위를 하여 암각화 유산을 지켜냈다. 이 유산을 더욱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포즈 코아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박물관에서는 암각화에 대한 전반적 설명이 아주 잘 되어 있다. 또한 이 박물관 안에 있는 식당이 아주 근사하다. 통창 유리 밖으로 도우루 밸리가 보인다. 도우루 강을 따라 포르투부투 스페인까지 이어져있는 협곡이다. 이곳에서 농사지은 포도로 포르투갈의 명물 와인이 만들어진다.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포도 농사를 짓는 지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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