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시골마을 여행 - 세하 다 이스트렐라
아소르스 제도의 피쿠 산을 제외하고 포르투갈 본토에서 가장 큰 산은 중부의 이스트렐라산맥(약1990m)이다. 고도가 높다보니 겨울에도 영하 이하로 잘 안 떨어지는 포르투갈에서 눈을 볼 수 있고 무려 스키장도 있는 곳이다. 이스트렐라(Estrela)는 포르투갈어로 "별"을 의미한다. 이 이름에도 전설이 있는데, 전설이라는게 시대마다 지역마다 또 말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지므로 무엇이 '원조'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전제 하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옛날 옛적에 가난한 양치기가 살았다. 심성이 착했던 그는 어느날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별 하나가 내려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양치기는 자기가 어딜 가든지 자신을 보호해달라고 빌었다. 별은 약속대로 언제나 양치기의 곁을 지켜주었다. 몇 해가 지나, 양치기는 먼 길을 떠나기로 했다. 별도 그를 따라갔다. 양기치는 걷고 또 걷다가 아주 높은 산에 올랐다. 그 산 꼭대기에 오르자 양치기는 그곳이 자신을 지켜주는 별이 사는 하늘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그곳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 그 산이 이스트렐라 산이다.
이야기에 따라 각색이 많이 되는데, 양치기가 먼 길을 떠날 때 그가 키우던 강아지도 함께 했다는 버전이 있고, 높은 산 위에 올라보니 양들이 많이 뛰어놀고 있었더라는 버전도 있다. 여러 판본의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것은 이스트렐라 산의 명물인 이스트렐라 개와 이스트렐라 치즈이다. 이스트렐라 개는 포르투갈 고유의 개 품종이다. 양치기 개로 덩치가 듬직하고 쌀쌀한 기후에서 자라 털도 복실복실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에스트렐라 마운틴 독'으로 알려져 있다. )
이스트렐라 산은 치즈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슬라이스 치즈를 먹지만 포르투갈에서는 치즈를 한 덩어리씩 사서 먹는다. 특히 바깥은 단단하게 굳히고 안은 거의 버터처럼 말랑하게 녹인채로 많이 먹는다. 산양유로 만든 치즈이며 고소하고 향이 진하다. 이스트렐라 산 꼭대기인 또흐(Torre) 봉에 오르면 마켓(Centro Comercial)이 있는데, 이곳에서 치즈도 팔고 양모로 짠 니트도 판매하고 있다.
이스트렐라 산맥은 꽤 크기 때문에 산맥을 따라 구석구석 한적한 시골마을들이 많다. 우리가 머문 곳은 세르데이라(Cerdeira)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민박이었다. 민박이 있으니 당연히 외부인이나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마을이겠지만, 그래도 동양여자 세 명은 눈에 띄었나보다. 마트에 들렀더니 마트 앞에 동네 주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계셨는데, 우리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여쭤보시어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다음날 또 마트에 갔더니 온 동네 주민들이 우리가 한국사람인 걸 알고 먼저 인사를 해주셨다.
이 작은 마을의 숙소를 선택한 이유는 인피니티 풀 때문이었다. 산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뻥 뚤린 풍경은 다신 보지 못할 장관이었다. 아직 여름이었지만 수영장 물이 산에서 바로 내려온 지하수라서 몹시 차가웠다. 민박 주인 아주머니는 수영을 하다보면 체온이 높아져서 괜찮아질거라고 하셨다. 그러나 수영을 못하는 나는 발로 물장구만 치며 풍경 감상만 했다. 새소리와 마을 읍내 성당의 종소리가 말그대로 천연 asmr이었다.
다음날 조식으로는 신선한 빵과 특산물 치즈, 그리고 제철 과일로 차려졌다. 특히 마당에서 바로 딴 무화과 맛은 잊을 수 없다. 아예 식사 장소를 무화과 나무 아래로 옮겼다. 포르투갈에서 휴가는 무조건 바다라고만 생각했는데, 산으로 오는 것도 참 좋구나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겨울에 눈 쌓인 세하 다 이스트렐라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