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바다 10. 아소르스, 피쿠(Pico)
활화산이자 포르투갈에서 가장 높은 산인 피쿠산(2350m)이 위치한 섬, 피쿠. 그곳에는 이자벨 아주머니의 큰 아들인 제와 그의 연인 아나가 살고 있다. 여동생이 그 커플을 만나더니 '포르투갈의 이효리 이상순 커플'이라고 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아나는 젊었을 때 유명한 포르투갈 청춘시트콤에도 나온 연예인이었다. 지금은 제를 만나 그의 고향 바로 옆에 위치한 피쿠섬에 자리를 잡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요가를 하며 생활하고 있다. 돌산인 피쿠산 등산과 아름다운 트래킹 코스도 즐길 수 있지만, 피쿠섬의 명물인 천연 수영장도 빼놓을 수 없다.
아소레스 제도의 섬들 중 가장 젊은 섬인 피쿠는, 아직 바위 덩어리가 자잘한 모래가 될 만큼 늙지 않았기 때문에 흙보다 돌이 더 많은 섬이다. 화산섬이라 특히 현무암이 많은데, 그 때문에 해변도 흔히 떠올리는 모래사장이 아니라, 현무암 바위로 둘러싸인 천연 수영장이다. 하루에도 세 번씩 수영을 하다는 제에 따르면, 이런 피쿠의 천연 수영장이 파도는 막아주고, 물은 소금기가 있어 몸이 잘 뜨기 때문에 처음 수영을 배우기에 아주 좋다고 했다. 그러나 겁이 많아 물을 무서워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3,4미터쯤 된다는 현무암 수영장으로 뛰어들 자신이 없어 물장구만 치다가 왔다.
제와 아나가 사는 동네는, 버스도 운영을 하지 않는, 피쿠 섬의 가장 끄트머리 동네였다. 몇 채 집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포도밭을 지키거나 농사 도중 잠깐 쉬려고 만든 간이 집들이 었다. 그렇게 지어진 와인 창고 겸 간이집을 개조해서 아무도 살지 않는 인적 드문 곳에 아나와 제가 살고 있었다. 아나 이야기로는 가을쯤이면 자기네 집 테라스에서 한쪽 끝에선 일출을, 반대쪽 끝에선 일몰을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겨울엔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창문이 깨지지는 않을까 무섭다고.
시내에는 고래잡이 역사와 향유고래 산업을 전시한 박물관도 있었다. 대서양 한가운데 위치했으니, 고래를 보러 가는 관광코스가 아직도 있을 만큼, 과거엔 고래잡이가 섬사람들의 꽤 큰 수입 수단이었다. 고래 기름, 고래 고기, 고래 간에서 추출한 비타민, 심지어 밀가루까지 고래로부터 얻었다고 한다. 피쿠섬 옆에 위치한 파이알(Faial)섬에는 그렇게 고래를 잡으러 떠난 선원들이나 요트, 원양어선 등을 타는 사람들이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을 오가다 중간 지점인 이 아소레스에 멈춰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던 바가 남아있다.
한때는 포르투갈이 브라질이나 아프리카 국가에 본격적인 식민 사업을 하기 전, 이 아소레스 섬을 상대로 시범운영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사이에 위치해있어, 미군이 들어와 있고, 미국 및 캐나다 이민자도 많이 살고 있다. 포르투갈에서 가장 먼저 유네스코에 등재된 곳도 아소르스에 위치한 떼르세이라의 도시, 앙그라 두 에로이즈무(Angra do Heroismo)이다. 역사와 대자연이 공존하는 곳, 그중에서도 특히 피쿠는 쉽게 볼 수 없는 종상 화산과 현무암 천연 수영장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