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유네스코 마을 여행
포르투갈어로 '아름답다'라는 형용사 'bela/belo'가 라틴어로 전쟁이라는 의미의 'belle'이라는 단어와 그 어원이 같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다. 영어로 여행을 뜻하는 'travel'의 어원이 라틴어로 '수고스러움', '고난'을 의미하는 'travail'이라는 이야기는 그나마 수긍이 간다. 여행이라는 게 워낙 수고스러우니까. 게다가 고대 여행 서사인 <오디세이아> 등을 보면, 개인의 고난과 시험이 여행의 주된 여정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왜 전쟁과 아름다움은 같은 어원을 같게 되었을까. 어떻게 하다가 다른 단어로 갈라지게 된 것일까.
포르투갈에도 '전쟁'이라는 이름을 가진 매우 아름다운 수도원이 있다. 영어로 'battle'이라는 뜻의 '바딸랴(Batalha)'수도원이 그것이다. 정식 명칭은 '승리의 산타마리아 수도원'이지만, 바딸랴 수도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의 제1 왕조인 브로고뉴 왕조에 대가 끊기자, 포르투갈과 까스티야 왕국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는데 이 전쟁(알주바호타 전쟁, Batalha de Aljubarrota)에서 이긴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수도원이다. 그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장군, 누누 알바르스 페레이라(Nuno Álvares Pereira)의 기마상이 수도원 앞 광장에 세워져 있고, 전쟁에서 포르투갈의 주권을 찾게 된 제2 왕조, 아비스(Avis) 왕조의 초기 왕들의 무덤이 수도원 내에 안치되어 있다.
처음에는 이런 자세한 역사를 모르고 그냥 어학당에서 견학을 간다기에 따라갔다. 건축양식이나 역사에 대해 거의 모른 채 마주했는데도 바딸랴 수도원의 고즈넉함과 화려한 디테일에 마음이 뺏겼다. 마침 토요일이라 성당 내부에서는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나 뿐만이 아니라 국적과 인종이 다른 세 친구가 동시에 “여기서 결혼식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라고 고백했으니, 바딸랴 수도원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뺏긴 사람이 나 하나만은 아니었나 보다. 19세기 포르투갈 낭만주의 작가 알렉산드르 에르쿨라누(Alexandre Herculano)역시 이 수도원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인 미완의 카펠라(Unfinished Chapel)에 영감을 받아 <궁륭(Abóbada)>이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동 주앙 1세의 명을 받아 바딸랴 수도원을 건축하게 된 포르투갈의 건축가 아퐁소 도밍게스(Afonso Dominguez)는 획기적인 설계도로 화려한 궁륭과 돔을 짓고자 한다. 그러나 오래된 작업과 노화로 인해 눈이 멀게 되고, 왕실에서는 아퐁소를 대신하여 수도원 건축을 마무리지을 아일랜드 건축가 휘게(Huguet)를 고용한다. 그렇지만 아일랜드 건축가는 도밍게스의 기발한 설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가 세운 돔은 무너져 버린다. 낭만주의 작가이자 국가주의 성향을 띄고 있던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예술가 정신과 애국심을 표현하고자 했다. 지금까지도 이 미완의 카펠라는 지붕이 없는 채로 남겨져 있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바딸랴 수도원의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