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만나기 전 엄마 집에 들렀다. 언니가 천혜향을 사 왔으니 가져가라고 했다.
엄마 집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데 잠깐만요! 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한 발걸음 소리. 곧 두 명의 중년 여성이 탔다. 중년 여성으로 퉁쳤지만 한 분은 70대? 한 분은 50대? 정도 되셨을까. 여하튼 중년으로 퉁쳐지지만 동년배로는 보이지 않는 두 분이 나란히 탔고 나는 몇 층 가세요? 물었다.
더 나이 든 여성은 7층, 상대적으로 덜 나이 든 여성은 8층, 나는 9층.
올드 중년은 기다리며 우리에게 말했다. 어휴, 명절 너무 지겨워. 못할 짓이야. 곁눈질을 하니 장을 본 듯 시장바구니가 불룩했다.
영 중년은 말했다. 맞아요.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돼 증말.
올드 중년은 그러니까요. 죽어야 끝나나 봐. 어휴 지겨워. 하며 웃었다.
새댁은 조용히 웃기만 했다.
올드 중년이 내렸다.
그다음엔 영 중년이 내렸다. 나보고 안녕히 가라고 했다.
나도 안녕히 가라고 했다. 명절 잘 보내시라고.
새댁은 한 층 올라가며 생각했다.
왜 이 짓을 죽을 때까지 하시나요. 이렇게 지겨운 일을, 언제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