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47분 가족 톡 방에 사진 한 장과 2000이 무슨 뜻일까요? 가 도착했다. 이런 질문이나 문제들은 내가 주로 묻고는 했는데 반응이 별로 없어 시들해진 지 오래다. 반가워 뭐라 얼른 답을 하고 싶었다.
km. 시청에 물어봐야 하나? 둘째 딸이 한글이 아닐까. 한다. 사진을 보면 숫자가 아니라 자음인 것 같다. 모음이 없어 조합이 어려움. ㄹㅇㅇㅇ. 창의로 접근해야 하나. 참여율을 높이려면 선물을 내걸어야 하지 않을까. 살짝 인터넷에 물어보았다. 사진이 나와 있는데 보니 딸이 보낸 사진과 같은 것 같다. ‘일방통행’의 자음 했더니 작은 딸이 “오 맞나 봐. 일방통행” 하기에 손뼉 스티커 무려 네 개로 축하를 했다. 그것은 나에게 보내는 박수. 모르쇠로 두지 않고 어떻게든지 문제를 풀어보려는 갸륵한 노력을 했으니까. 잔꾀를 낸 것도 괜찮지 않을까. 어떤 조건을 내 걸지 않았으니 마음대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리라. 실제 답은 자음이 아니고 받침이라고 했어야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것에 맞닥뜨리면 다른 사람이 풀기를 기다렸다. 요즘은 맞지 않더라도 도전해본다. 틀리는것에 대하여 겁을 내지 않기로. 나이가 들어 얼굴과 마음이 두툼해져서일까. 아니면 삶의 자세를 끌어 올린것인지도. 이렇게 진행된 때가 오후 10시 24분이었다.
조용하던 남편도 그동안 생각을 했는지.
민 여사께서 교통부장관 허시면 교통대란 일어날 듯
1. 도로에 자음만 표시하는 경우는 없음
2. 촌사람이라 이런 표시를 본 일이 없음
3. 교통법규에서 얼른 못 알아차리겠음
4. 진행방향이니까 2000으로 읽으면 안 되는 것 같고
5. 그럼에도 2킬로 지점에 방지턱이 있다는 뜻인 것 같음.
10시 45분에 이렇게 올라왔다.
일방통행의 위의 글자는 지워진 듯하니 ‘일방통행’이 맞다고 내가 고집을 부렸다. 아직 문제를 낸 큰 딸은 아무 말 안 하고 있다. 내 꾀가 드러나는 것 같아서 사진을 가져다 올리는 것은 꾹 참고 있었다. 답이 확실한지 아무도 모른다.
큰딸이 사진을 올렸다. ‘일방통행’ 내가 본 사진과 비슷했다. 다른 이들도 이런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었는지도. 오후 11시 53분에 큰 딸이 “아빠 엄청 진지하게 분석해 주셨네요.” 내가 일부러 받침만? 물은 거야. 길 가다가 진짜로 왜 2000이라고 쓰여 있지! 하고 멍 때렸어요. 남편이 머리를 긁적이는 스티커를 올려 머쓱함을 표현한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일방통행이길래 한번 올려봤습니다.
아무 말 않고 있던 아들이 ‘우엌악렉’이라고 끼어든다.
"내가 ‘선물 줘’" 했더니
"지금은 은행 점검시간이라 기다리는 중이에요.
잠시만요."
그때 아들이 일! 방! 통! 행! 과 팡파르스티커까지 올린다.
"늦었어 동생." 아들 삐짐 스티커를 띄우고.
작은 딸. "이야! 상금 주는 거야."
큰딸이 원래는 생각이 없었는데 너무 열심히들 참여해 주셔서 정답 상에 민 여사님! 열심 진지 분석상은 아빠. 커피 선물 보내드렸습니다. 우엌악렉은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작은 딸 저도 한글이라고 맞췄는데요. 끼어든다. 큰딸은 놀래는 스티커를 올리고.
난 우엌악렉이 뭔 말인지 이해가 안 갔다. 요즘 젊은 세대가 쓰는 모르는 말들이 하도 많아서 그런 말도 있나 싶었다. 개인 톡으로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우에엑. 아무 뜻도 없어요. ㅇㅇㅇㄹ 에 맞추어 그냥 지어본 거예요. 한다.
우리말을 사랑하는 분이 보았다면 엄청 속상해할 것 같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 꺼내지 않았다. 우리말의 가치를 올려야 된다거나 사랑하라거나. 이런 때에 그런 말 하면 분위기 산통 다 깰 것 같아서. 저녁 아홉 시 사십칠 분에 던져진 사진 한 장으로 인한 문제 풀이가 밤 열두 시를 넘겨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