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갈비 먹으러 춘천 가지요.

by joyfulmito

춘천은 두 번째다. 대구에서 춘천까지는 3시간 30분. 자주 가기는 만만치 않은 거리지. 이번에 춘천을 가게 된 경로는 지극히 단순하다. 강원도 안 간지 너무 오래됐네. 이번 겨울엔 강원도를 한 번 다녀오자. 강원도 어디? 속초, 강릉은... 너무 멀고.. 삼척이나 춘천 정도는 그래도 갈 만하지 않을까? 하는 부부의 대화에 '닭갈비 먹으러 춘천 가자'는 딸의 한 마디가 더해졌다. 그렇게 춘천행이 결정되었다.


춘천은 추울 거야. 따뜻한 옷 챙겨. 모자, 장갑, 롱 패딩으로 무장하고 춘천으로 떠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랩 음악이 차 안을 채운다. 볼거리가 별로 없는 겨울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왕이면 봄과 가을이 방학이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휴게소에서는 습관적으로 핫바 하나 먹어줘야 하는데.. 핫바 가격은 점점 오르고 맛은 점점 없어진다. 이 습관도 차차 편의점행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휴게소에도 손님이 예전보다 적으니 어쩔 수 없겠지. 그래도 어제 남은 것을 다시 튀긴 듯 단단하게 굳은 소떡소떡을 4000원에 먹고 싶진 않다.


숙소에 도착하니 4시. 숙소에서 가까운 육림 고개를 구경하고 오려고 했는데 딸내미가 황당해하며 '이 먼 길을 왔는데 바로 나간다고?' 한다. 2박 3일 여행에서 하루를 그냥 버린다고? 나는 나가야겠다. 결국 장시간 운전한 남편과 둘이서 바깥나들이를 나선다. 물론 남편은 저녁에 라면과 함께 먹을 김밥을 사러 나왔지만 나의 목적은 육림 고개와 명동 나들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이 집 저 집 기웃거린다. 옷가게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는다. 맘에 드는 옷가게에서 스카프도 하나 샀어야 완벽했는데... 아쉽다.


김밥이랑 만두 사 들고는 구경도 할 겸 먼 길로 돌아서 숙소에 도착했다. 대구 고봉민 김밥을 우습게 만들어 버리는 팔뚝김밥, 감자 만두에 떡라면 하나 끓여 내니 훌륭한 저녁이 차려진다. 숙소를 고를 때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이번엔 퀸 사이즈 침대가 2개인 곳을 고르려고 했다. 단시간 장거리 여행에 잠자리까지 불편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거실이 너무 좁군. 다 같이 모여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족여행의 백미인데. 거실은 좁고 2개의 방에 따로 놓인 침대는 편하다는 게 함정이다. 저녁 먹고 바로 침대에 눕고 말았다.



둘째 날. 아침 먹고 바로 나갈 준비를 서두른다. 오늘 가장 중요한 일정은 닭갈비 먹기. 춘천에 닭갈비집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닭갈비 먹으려면 춘천 와야겠구나 싶다. 춘천 사람들은 닭갈비만 먹어야 하나. 춘천 시내가 닭갈비 골목 아니 닭갈비 도시군. 이 많은 식당 중 어디에서 먹어야 할지 고르기도 쉽지 않을 텐데 다행히 우리에겐 친구가 추천해 준 맛집이 있다. 점심 먹기 전에 춘천에서 유명하다는 감자빵 맛보러 카페 감자밭에 잠깐 들렀다. 우리가 서둘러 나온 이유는 이거다. 사람 많아지기 전에 유명한 카페에 다녀 오기 위해. 서둘러 먹으러 나올 꺼면 아침은 안 먹어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삼시 세 끼는 열심히 챙겨 먹는 편이다. 덕분에 맛있는 감자빵은 맛만 봐야겠다. 커피 한 잔 마시며 배가 꺼질 때까지 기다린다. 닭갈비를 먹기 위해. 하하. 물론 그림 한 장 그리면서.

역시나 유명 맛집은 주차장부터 그득하다. 너무 복잡할까 걱정했는데 그래도 다른 테이블과 붙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대하고 고대하던 닭갈비는 기대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는지. 줄 서는 집에선 오랜 시간 줄까지 서고 들어가면 기대가 부풀려져 결국 만족감이 떨어진다는 게 남편의 논리다. 그러나 오늘은 줄 서지 않고 들어왔으니 그럴 걱정은 없고. 가족 모두가 음.... 음... 흡족한 소리를 내며 다양한 방법으로 닭갈비를 즐긴다. 양념이 잘 밴 우동사리와 볶음밥도 빼놓을 수 없지. 닭갈비 먹으러 춘천 올 만 하네. 그래도 자주 오긴 힘드니까 다음엔 택배로 시켜 먹어야겠다.


실컷 먹었으니 이제 좀 걸어야지 하며 피규어 박물관 달아실 갔다가 의암호 스카이워크 갈 생각이었는데, 4층 건물인 달아실을 구경하고 나니 다리가 아프지 뭐야. 그냥 집에 들어가서 쉬긴 아쉽고... 이럴 땐 카페 들르는 거지. 오늘은 1일 2 카페군. 요즘엔 가는 곳마다 예쁜 카페가 너무 많아서 여행 중 카페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좋은 카페가 너무 많지만 마침 일몰시간이니 소양강이 보이는 일몰 보기 좋은 카페를 골랐다. 카페 앞에는 이 동네 터줏대감으로 보이는 고영희씨가 졸졸 따라온다. 아이들은 고양이 한 마리에 신이 난다. 찬 바람을 맞으면서도 고양이 사진을 열심히 찍고서야 카페로 들어갔다. 일몰 구경은 늘 따스하다. 오늘도 수고했어. 토닥토닥. 일몰의 메세지를 들으면서 또 그림을 그린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셋째 날. 아침을 먹고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했다. 어제 차에 남겨둔 생수가 얼어버렸네. 역시 춘천 날씨 클라쓰!! 마지막으로 춘천에서 한 곳 들렀다가 점심 먹고 내려가려 했는데 애니메이션 박물관은 예약을 안 해서 바로 갈 수가 없다. 갑자기 모든 일정 변경. 김유정에 들렀다 내려가는 길에 점심 먹고 영월에 들르기로 했다. 예약 안 해서 갈 수 없다는 말에 살짝 당황했지만 뭐 이런 거 좋아한다.


김유정폐역 아기자기하게 사진 찍고 놀기 괜찮고 횡성에 들러 먹은 막국수도 맛있었다. 옆 테이블에 앉은 할머니들의 푸념이 인상적이기도. 명절에 또 자식들 안 내려온다고... 많이 섭섭하시겠지. "내가 일 다 해 놓고 뭐 시키지도 않는데, 지 몸뚱아리 뭐가 그리 아깝다고 또 안 온다냐." 벌써 2년짼데도 코로나 때문에 명절에도 이동은 하지 마라고 하지... 젊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지도.

안흥에 들렀다. 안흥 찐빵 2박스를 사기 위해. 그러고 보니 부모님 모시고 여행 못 간지 오래됐다. 이렇게 우리끼리 갔다 오는 길에 간식거리를 산다. 아버님, 아버지 입맛에 맞는 간식을 찾게 되면 기분이 좋다. 우리도 맛보려 1인분 더 샀는데 서비스라며 하나 더 넣어주신다. 배 부르지만 따끈따끈한 찐빵은 식기 전에 먹어줘야 한다. 이래서 여행을 다녀오면 살이 찔 수밖에.


이번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인스타 핫플 젊은 달 Y파크다. 여기를 이렇게 와 보게 되네. 빨강 조형물이 인상적인 곳.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쁜 곳이지만 건물 구경만으로도 한 번 와 볼만한 곳이다.

이번 여행도 즐거웠다.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도 엄마 아빠와 즐겁게 여행에 따라나서 준다는 것도 고마운 일이다. 서로가 무얼 좋아하는지 알기에 서로 배려해줄 수 있고 기다려 줄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이렇게 오늘도 추억 탑을 한 층 더 쌓아 올린다. 남편이 아이들과 끝말잇기를 하며 운전하는 사이 깔깔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난 잠이 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창 출렁다리 나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