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할 때 어떻게 말하시나요?
상대를 칭찬할 때 우린 흔히 “잘했다”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말엔 오류가 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칭찬도 ‘잘’해야 한단 걸 알게 됐다.
몇 년 전 우연히 연수를 통해 접했던 비폭력대화는 관찰-느낌-필요-부탁 네 단계로 이루어진다.
모두 중요하겠지만 이 중에서도 첫 시작이 되는 ‘관찰’이 아주 중요하다. 생각이 아닌 관찰. 조금이라도 나의 판단이나 평가가 개입되어 있으면 그건 생각이다.
여하튼 이 비폭력대화를 통해 우리가 흔히 칭찬인 줄 알고 쓰는 ‘잘했다’는 말속엔 알게 모르게 평가 또는 판단의 요소가 들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교실에서 아이들을 칭찬할 때 “~ 잘하네.”가 아닌 있는 그대로 ‘관찰’해서 말해주는 게 좋다. 이를 통해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그리고 동등한 관계 속에서 상대를 칭찬하는 방법은 사실 ‘고맙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른다.
말 끝에
“고마워!”’
라는 말을 붙이면 아이가 자기 존재를 인정받았단 느낌을 느끼고 스스로 존중하는 싹을 틔운다고 한다.
그래서 누군가 우리 반을 위해 무언가 자발적으로 해 준 상황에선 고맙단 말을 꼭 붙인다.
그리고 어떤 걸 잘하는 아이에게 칭찬해주고 싶을 때 특히
“우와 어떻게 한 거야?”
라는 말로 운을 떼는 방법이 참 좋다고 한다.
나도 실제로 의식해서 그렇게 해보니 그냥 “잘했네~” 할 땐 별 대답이 없던 아이가(사실 잘했단 말을 들으면 ‘감사합니다..’ 말고는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이것저것 말해주기 시작하는데, 자존감을 높여주면서 대화까지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와 부럽다~”
라는 아주 간단한 말은 상대를 인정해주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한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도 인정해줄 수 있다니:)
평소 아이들의 좋은 점을 찾고 칭찬해 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의식하고 노력한다. 나도 어릴 적 선생님이 툭 던져준 “그림에 소질이 있어!”라는 한 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그림에 푹 빠져지내던 시절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우리 반의 J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쓰레기통 주변에 흘러진 쓰레기들을 다 정리하던 장면을 봤다. 평소에 한 번도 그럼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본인도 조금 멋쩍은지 얼른 마무리하고 들어가 버리려던 순간이었다.
“J가 우리 반 친구들이 아무도 치우고 있지 않던 쓰레기통 주변을 깨끗하게 치워줬네. 고마워!”
그 뒤로 J는 매 달 역할 정하기에서 항상 청소 관련 역할에 지원했다. 그리고 1학기 말 설문조사 중 ‘선생님이 좋았던 순간은?’ 질문에서 ‘내가 쓰레기를 치웠을 때 친구들 앞에서 칭찬해주신 것’이라고 썼다. 만약 내가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칭찬 한 마디를 해줌으로써 우린 암묵적으로 큰 신뢰를 쌓은 것만 같았다.
이렇게 내가 던져주는 말들은 절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아이들에겐 햇빛처럼 물처럼 좋은 양분으로 스며든다.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내가 만나는 아이들에게, 좋은 칭찬으로 좋은 양분을 부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