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솔 Sep 26. 2024

09. 인구감소와 도시소멸

_ 부산 분식집에서 밥 먹다가

일이 있어서, 부산에 왔다가, 금련산역 근처의 분식집에서 늦은 점심으로 김치찌개를 먹게 되었다.

TV에서는 부산지역방송국의 뉴스를 하고 있었다. 내용은 ‘부산인구 330만 명이 무너졌고, 이대로 가면 부산이라는 도시가 소멸할지도 모른다. 출산율은 0.66으로 역대 최저치를 계속 갱신하고 있고, 고령인구비율은 이미 높은데(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23% 정도라고 말한 것 같다.) 점점 더 비율이 올라가고 있고, 청년들은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부산시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이었다.


출산율저하에 따른 인구감소는 비단 부산만의 문제는 아니다. 농촌애 가면, 60대 어르신은 막내여서 노인정에 못 간다는 이야기도 오래전부터 있었고, 학생이 없어서 폐교되는 초등학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민연금고갈도, 지방의료문제도 따지고 보면, 인구감소가 근본원인일 수 있다.


왜 아기를 안 가지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을까? 전에도 내 글에서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난 행복과 희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충분히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고, 내 미래를 희망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지금 세대가 부모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란 것도, 사회가 더 발전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행복과 희망이 여기에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출산율을 높이는 것과 지방소멸은 분리해서 해결책을 찾아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지방소멸의 원인이 지방의 출산율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이유도 크지만, 청년이 젊은이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몰리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면, 이 이유는 다 같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내가 고등학교시절(벌써 30여 년 전이기는 하다.) 지방국립대의 위상은 지금과는 달랐다. 지역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가 지방국립대학교였고, 커트라인도 서울지역의 일반적인 대학들보다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은 각 지방국립대학의 의과대학 위상은 확고하지만, 그 외의 과들은 전과 같지는 않은 듯하다. 그리고, 사회시간에는 우리나라 국토의 각 도시들을 교통의 요지, 중화학공업 요충지, 섬유산업 요충지 등등으로 구분하여 외웠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조방낙지의 조방이 조선방직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주요 산업 특히 미래산업이라고 불리는 산업들은 서울로, 수도권으로 더더욱 모이고 있다.


부산에 가면, 곳곳에서 초고층 건물들을 짓고 있는 공사가 한창이다. 주상복합도 있고, 아파트단지도 있고. 물론 낡고 위험한 건물을 새 건물로 바꾸고, 도시를 가꾸어 나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인구가 줄어드는데,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지금 당장은 그 아파트 공사를 위해 일자리도 생기고, 일하는 젊은이도 생기겠지만, 다 짖고 난 후에, 그 아파트에서 살 사람들은 충분할까? 잘 모르겠다.


젊은이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육환경, 그리고 의료시설이 필요하다. 젊은 인구가 먼저냐, 이러한 인프라가 먼저냐를 놓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경제논리만으로는 절대 민간이 먼저 나설 수는 없는 것이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다. 민간 입장에서는 이미 인프라도 충분하고, 인구구조도 좋은(?) 곳에 우선 투자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니까. 그래서, 내 생각에는 당장은 적자라고 하더라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방에 이러한 인프라를 투자하는 것은 ‘나라’ 이어야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지도층 사람들은 자신의 자녀를 자신의 아이를 어디서 키울까? 당연히 서울이고, 당연히 조기유학이고, 당연히 유명한 국제학교일 것 같다. 이런 지도층들이 내 아이가 내손자를 소멸해 가는 마을에서 키우려면, 그 마을에 무엇이 필요하지?를 생각한다면, 답은 의외로 쉽게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충분한 재산과 권력이 있으니, 내 손자는 서울에서, 외국에서 키우고, 교육받게 할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경제성과 정치적 목적을 생각하며, 마을소멸, 도시소멸, 그리고 인구감소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 답은 계속 허공을 떠돌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는, 우리나라는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 걸까??

괜스레 답답해지는 마음을 글로라도 풀어보고자 긁적여보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08. 추석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