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향기 Jun 17. 2024

메두사 프로젝트

“여기 어떤가?”     

유교수가 데리고 온 곳은 유명 호텔 뷔페였다.

유튜브에서 호텔 뷔페 순위소개에서 봤던 값비싼 곳에서 정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교수님 여기 너무 비싼데요?”      

“그렇지. 나도 크게 한 번 마음먹어야 오는 곳이지.”     

“그런데 저를 왜 여기 데리고 오신 거예요?”     

마음속에 말을 담지 못하는 정호는 교수의 말을 먼저 들어야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머리를 굴리다가 음식이 어디로 들어갈지 몰라 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혹시나 거절하고 싶은 제안을 뷔페 음식을 먹고 나서 들으면 낭패니까.     

대학 시절 정호는 절친의 속임에 넘어가 피라미드 회사에 감금된 적이 있었다. 고수익 알바가 있다며 친구가 소개해 준 곳은 일주일간 사람을 가두고 세뇌하던 지독한 곳이었다. 그날 이후 정호는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은 일단 의심하고 보는 버릇이 생겼다.      

유교수는 정호의 말을 들으며 크게 웃었다.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서 그랬네. 사실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어. 아들과 함께 진행했었는데 그 아이가 허망하게 떠난 후에 멈췄어. 근데 이제 다시 시작하려고. 보조가 필요한데 자네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네? 저야 교수님 밑에서 배우고 일할 수 있으니까 좋긴 한데.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몇 명이랑 같이 진행하시나요?”     

“그게. 실은 조금 비밀스러운 거라서. 처음에 아들 호기심에서 시작한 거라 내 개인 사비로 진행했었지. 인원은 자네와 나 둘 뿐이야. 주말에만 2~3시간 도와주면 되는 일이야. 연구비와 자네 인건비는 넉넉하게 챙겨주진 못해도 다른 알바보다는 훨씬 나을 걸세!”     

정호는 유교수의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며 망설여졌다. 주말은 마음껏 게임을 하고 여자친구도 만나면서 워라밸의 삶을 살고 싶었다. 부유하진 않아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정호는 주말에까지 노동의 열정을 쏟고 싶지 않았다.      

“오빠. 휴가 때 해외여행 어때? 내 친구들은 남친하고 해외 나가서 인스타사진 열라 올려! 우리도 한번 나가자!”     

여친의 압박이 떠올랐다.

‘그래. 돈과 공부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명성과 인기가 있는 교수가 조교를 함부로 대하겠어? 더구나 롤 모델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정호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교수님! 연구실이 어딘지.? 학교인가요?”     

유교수의 얼굴이 밝아졌다.      

“음 오늘 연구실 같이 가볼텐가? 자네도 좋아할 거야!”     

‘혹시 사람을 일주일간 가둬놓고 세뇌하는 일은 없겠지? 또 당하면 안 되는데....’     

정호는 배가 터질 때까지 먹었다. 유튜버가 꼭 먹으라고 한 음식을 찾아 돌며 배를 채웠다.

유교수와 골 때리는 그녀 이야기를 하며 선수들의 전략과 기술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가까이서 보니 유교수의 머리카락의 윤광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것이 그의 동안비결인 듯싶었다.     

정호는 유교수의 연구실이라는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정호가 자신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주어 유교수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식사를 하는 동안 대화도 유쾌해 오랜만에 외로움을 잊었다.     

유교수는 정호에게 자신의 연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      

“정호 차는?”     

“네 오늘 형 차 가져왔어요. 목적지 알려주시면 찾아갈게요.”     

유교수의 연구실은 자신의 세컨드 하우스에 마련했다. 개인 농장을 개조한 집에서 그는 조용히 연구에 몰두했다.     

유교수의 집에 놀러 온 사람은 가족 외엔 없었다. 아내와 아들은 가족이자 동료였기에 함께 연구 실험하기에 충분한 인원이었다.      

“와. 이게 개인 집에서 가능한 거예요?”     

정호가 들어서자마자 환호를 질렀다.     

“ 연구를 좋아하던 아들을 위해 우리 부모님이 돈 좀 쓰셨지!”     

“이거 부활초?, 맞죠?”      

“자네 아는 군! 사막에서 건기 때 죽은 듯이 있다가 물을 만나면 살아나는 유명한 식물이지.”     

“근데 이곳에 부활초가 너무 많네요. 이거 연구하세요?”     

유교수는 정훈이가 부활초를 아는 것을 보고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      

유교수의 아들은 부활초와 관련된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대대로 심각한 대머리인 유교수 집안사람 아니랄까 봐 아들은 20대 초반부터 심각한 탈모 증상을 보였다. 유교수는 가발을 썼기에 불편하긴 해도 적응된 상태였으니 아들에게도 걱정 말고 가발이나 모발이식을 하면 된다는 말로 위로를 해오던 터였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의 떨어진 머리카락이 부활초처럼 스스로 영양분을 흡수하고 생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그 방법을 안다면 자신의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지 않고 부활초처럼 질긴 생명력으로 머리에서 번식하지 않겠냐며 말이다.     

진지한 아들의 눈을 보며 유교수는 자신의 개인 연구실을 아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성공할 리 만무한 아들의 연구를 ‘메두사 프로젝트’라 명명하며 진담 반, 농담 반 지지를 한 것이다. 사실 대머리 유전자를 물려준 부모로서 미안함도 한몫했다.     

“으악! 교수님! 여기에 수많은 가발들은 뭔가요? 저것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 같아 기분이 오싹합니다.”

이전 01화 살아 있는 가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