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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Feb 01. 2024

Food, 음식은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니라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1, 2월이 바쁘다. 7시에 일어나, 한 시간쯤 내 일하다 식사하고 밥 준비한다. 점심거리 챙겨 아침 10시에 나가면 저녁 6시에 돌아온다. 

일터가 추워 종일 추운 환경에서 지내다 온지라, 저녁 먹고 치우고 나면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반신욕도 귀찮아 가끔 한다. 이불에 딱 붙어 지내며 티브이나 보다 열 시 넘으면 잔다. 잠이 많아 적어도 7~8시간 잔다. 때로 9시간 자기도 한다. 주말에는 쉬면서 밀린 집안일하고, 다음 주 기본 반찬을 준비한다.     


한 달 해보니, 직장인 여성들이 존경스럽다. 우와. 대체 일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집안일도 하고, 육아할 시간이 날까. 더구나 글 쓰는 사람들은 언제 그 시간을 마련할까. 아침 7시 반이면 회사에 나가 있다는 딸이 새삼 대견했다. 나는 글 쓸 시간도 없고, 걷거나 요가할 시간도 부족했다. 기본적으로 일 이외에 다른 것을 할 에너지가 모자랐다. 이래서 내 나이 또래 여성들은 이미 다 은퇴를 해 있구나, 싶었다. 

    

차차 불만이 차올랐다. 

꼭 돈 번다고 일을 계속하여야 할까. 나머지 인생 동안 남편이 벌어주는 돈으로 밥 먹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는 게 가성비 높은 삶 아닐까. 어느 하루는 일을 당장 때려치울까, 하는 맘까지 들며 몹시 우울했다.     


학원 선생은 방학을 제외하고는, 오전 시간이 본인에게 확보된다. 차분하게 취미 생활도 하고, 어학 공부도 하며 그 시간을 즐기며 살았는데 여유가 없어지니 화가 나고, 우울해진 것이다. 주말 한 이틀 웅크리고 생각했다.      


“여보! 내게 다가올 포상 휴가가 필요해. 그래서 개학하자마자 3월 첫 주에 규슈 5일 여행을 다녀오려는데 괜찮죠?”

당장 비행기부터 예약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시 한번 명심시킨다.

나는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돕는 나만의 방식으로 일을 하는 것이라고. 이건 세상에 대한 내 할 일이라고.   

  

일이 바빠지면서, 먹는 것이 더욱 단출해졌다. 어차피 우리 집은 한 끼 해 먹고 다 치우는 집이다. 남는 음식도 없고, 김치냉장고에 들어 있는 저장 음식 외엔 냉장고는 요리 없이 텅 비어 있을 때가 많다. 냉장고를 꽉 채운 먹다 남은 음식 따윈 우리 집엔 없다. 남편이나 나나 그 편을 좋아한다. 남편이 저녁을 집에서 먹으면 저녁 요리를 하고, 다음 날 아침 그의 국을 끓여둔다. 그게 다다.      


나는 이제 음식에 연연하지 않는다. 물론 살아 있는 한 먹거리가 왜 관심사가 아니겠는가. 그저 먹는 데, 먹거리 만드는 데 연연하기보다, 내 일을 우위에 두겠다는 말이다.    

  

그 집 남편 안 됐군! 하시지는 마시라. 그래도 남편이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는 성의를 다해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남편도 꽤 만족하니까. 


어제는 애먹이던 어금니를 발치하여 종일 일 못하고 쉬었다. 여행책을 몇 권 참고하여 3월 여행의 동선을 정하고 호텔을 샅샅이 검색해서 가장 내 목적에 맞는 곳으로 예약했다. 음식점을 고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책과 음식 리뷰를 통해 5일간의 식당을 정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했다. 나는 이렇게 내 시간을 좀 가져야 살 수 있는 사람이다.          


* 제 글을 꾸준히 읽어 주시는 분께  

   

많지는 않지만, 가족과 친구들 이외에 제 글마다 다 읽어 주시고 좋아요도 눌러주는 분들이 계신 것을 압니다. 당신들의 아이디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들은 글을 읽어보지만, 아이디만 갖고 계신 분들은 누굴까? 어떤 분일까? 즐거운 상상을 해봅니다.   

  

브런치는 댓글마저 가볍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도 댓글을 읽어도, 시간 내서 제대로 답글 달아야지 하다가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절대 성의 없어서는 아니고요. 도리어 너무 뜸 들이다 그리 된 것입니다. 그러니 노여워 마시고요.      

여기는 개인적인 소통의 도구가 없어서 한 번쯤 당신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고맙습니다!



- 사진은 지난 주말, 텃밭의 파를 듬뿍 넣어서 담근 동치미. 적게 담아 한 일주일 남짓 먹고 다시 담근다. 쉽게 만들어 금방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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