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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낀느 Sep 23. 2024

재혼 자녀는 부모의 재혼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25세, 안 군의 이야기


엄마는 제가 일곱 살 때 암으로 병원에서 지내다, 여덟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너무 어려서 엄마의 죽음에 대한 느낌이 없었어요. 엄마에 대한 기억과 추억이 거의 없어서 슬프네요.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저를 생각해서 재혼을 결정하셨고, 새어머니와 저보다 네 살 어린 동생이 생겼습니다.

“우리 집에 내 동생 온다!”

철없던 저는 동네에 자랑하고 다녔어요.

그만큼 기뻤지만,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하지만 사춘기 전 어렸을 때 만나서 그런지 우리 형제는 사이좋게 지냈습니다. 도리어 다른 재혼 가정의 형제자매들을 보면 왜 잘 못 지내는지 이상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행복해하셔서, 우리 집이 참 화목한 가정이구나 싶어요.     


아버지랑 둘이 살 때는 큰어머니께서 반찬을 갖다 주셨고, 아버지가 안 계시면 분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했지만, 어머니가 오시고 많이 편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살림 솜씨가 탁월한 분이라 집안 곳곳이 깨끗하고 아름다워졌어요.      


무엇보다 아버지의 저를 대하는 모습이 달라진 것이 없었고, 저의 처지도 변함이 없었어요. 아버지의 일관된 모습은 제게 믿음과 안정을 주었어요. 그래서 별다르게 재혼 가정의 자녀로서의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다만 사춘기에 제가 어머니랑 많이 다투었습니다. 집을 나가기도 했고, 공부를 안 하기도 했지만, 그건 제가 사춘기라서 그랬던 거지 가정에 대한 불만은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아버지는 사업을 하셔서 집에 계신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옆에 어머니가 계셔서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었어요.    

 

저보다 제 동생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아들이라 문제가 없었는데, 제 동생은 친아버지의 성을 그대로 써서 우리 형제는 성이 달랐어요. 유치원생인 동생은 천진난만하게 그 점을 밝히고 다녔어요.

“형은 안 씨고, 저는 권 씨요.”

그 말을 듣던 동네 아주머니들의 묘한 표정이 떠오르네요.

동생의 친아버지는 연락이 끊겨서 동의를 받을 수 없어서 그런지 새어머니는 동생의 성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어요. 동생은 스무 살이 넘은 지금도 계속 원래의 성 그대로입니다.   

  

재혼하신 아버지나 어머니를 대하기가 어렵나요? 부모가 먼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 말도 걸고 친근하게 대한다면 새 부모님도 똑같이 대해줄 겁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말도 안 하고 남남처럼 지낸다면 너무 슬픈 일이잖아요.


아버지의 재혼이 제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영향이 컸습니다. 또래보다 훨씬 일찍 제가 정신적으로 자립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자녀의 성본 변경은 일반 입양과 친양자 입양으로 할 수 있다.


일반 입양은 성본 변경은 하지만, 입양 후에도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즉 양육비를 받고 있다면 재혼해도 계속 친부모에게 받을 수 있다. 나중에 친부모에게 상속도 받을 수 있다. 단, 성본 변경만 하기에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친생부모와 양부모가 같이 나타난다.   

   

친양자 입양은 양부모의 혼인 중 출생아로 간주해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갖는다. 친양자 입양은 미성년자만 가능하고 친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입양 후는 친부와의 모든 인연이 끊어지고, 양육비도 받을 수 없다.

문제는 재혼이 이혼으로 끝날 경우, 입양비 지급의 의무는 친부가 아닌 새아버지가 지급해야 한다. 즉 혈육이 아닌 자녀에게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      


또 일반 입양을 했다가, 나중에 친양자 입양으로 갈 수도 있다.     

     



이혼 재혼 가정 자녀들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공통적인 점은,

“부모님의 이혼과 재혼은 정신적, 정서적, 현실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과거의 결핍 가정, 문제 가정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는 의젓한 반응이었다. 물론 아이들이 이미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란 탓이기도 하다.      


“이혼 가정 자녀들이 느끼는 박탈감, 자신이 정상 가정에 있지 않다는 느낌이 학창 시절에는 콤플렉스가 될 수 있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하지만, 절대 그것이 부끄러운 일도 특별한 일도 아니더라고요. 친구들과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이혼이 흔한 일이고, 그 일이 아니라도 각자의 집에 비밀이 꼭 있었어요. 나만 우울하고, 나만 제일 힘든 게 아니에요.”


이혼 가정에서 느끼는 자녀들의 결핍감은 재혼 후 가정이 정상화될 때 전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을 정도까지 회복될 수 있다. 단 어른들이 화목하게 지낼 때만.     


나는 재혼 부부의 이혼율을 보면서 상당히 의아했다. 내 주위에는 재혼 가정인 줄도 몰랐는데 잘살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재혼 부부의 이혼율은 통계자료가 없다. 그래서 결혼 정보회사의 추정치밖에 없는데, 이게 좀 과장된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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